미국의 각종 경제지표가 호전되는 가운데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내에선 금리 인상 시기를 놓고 '매파'와 '비둘기파' 간 인플레이션 논쟁이 한창이다.

'비둘기파'는 "아직 경기회복세가 미약하고 물가상승 압력도 높지 않아 저금리 기조를 유지해야 한다"는 입장인 반면,'매파'는 "장기 인플레이션 위험에 선제적으로 대처하기 위해 금리를 조만간 올려야 한다"고 주장한다. FRB 내 금리 인상을 둘러싼 이견은 지난해 하반기부터 시작됐다. 그러나 최근 들어 각종 지표가 미국 경기 회복에 대한 낙관론을 뒷받침하면서 '매파'들의 목소리가 점점 커지는 분위기다.

6일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대표적 '비둘기파'는 윌리엄 더들리 뉴욕 연준 총재와 재닛 옐런 샌프란시스코 연준 총재다. 이들은 FRB가 금리 결정 때 중요하게 보는 핵심 소비자물가(식료품과 에너지 제외) 상승률이 지난 2월 현재 1.3%(전년 동기 대비)로 FRB의 목표 범위인 1.5~2%를 밑돌고 있는 점 등을 근거로 아직은 금리 인상 등 '출구전략'을 시행할 때가 아니라고 주장한다.

옐런 총재는 지난주 "실업률이 매우 높을 때는 임금과 수입이 천천히 증가해 생산업체와 소매업체는 가격 인상에 어려움을 겪는다"며 "지금이 바로 그러한 상황이며,그 결과 인플레 압력은 매우 낮고 오히려 떨어지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고 언급했다. 더들리 총재도 "생산설비 과잉 문제는 점진적으로만 해결이 가능해 당분간 인플레 압력은 매우 낮은 수준에 머물 것"이라고 강조했다.

반면 '매파'는 제로금리에다 FRB가 1조달러 이상의 자금을 시장에 쏟아부은 상황이라 인플레이션이 유발될 가능성이 높다고 주장한다. 이에 따라 선제적인 대응 차원에서 조기에 금리를 인상해야 한다는 것이다. 찰스 플로서 필라델피아 연준 총재는 "경제가 회복되고 대출이 증가하는 상황에서 우리에게 닥친 장기적인 문제는 향후 2~3년 내 인플레이션이 올 수 있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플로서 총재는 인플레이션 지표에는 이례적으로 낮은 집값이 많이 반영돼 있어 다른 부문에서의 물가 상승 압력 증가를 가리는 측면이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2월의 핵심 소비자물가에서 집값을 빼면 상승률이 2.6%로 높아진다. 토머스 휘니그 캔자스시티 연준 총재 역시 지난달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에서 "장기 인플레이션 기대가 상승하는 위험을 낮추기 위해 단기금리를 조속히 인상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전문가들은 FRB가 '당분간 저금리를 유지하겠다'고 밝혔지만 경제 회복 속도가 생각보다 빨라질 경우 출구전략이 속도를 낼 수 있다고 전망한다. 실제로 최근 발표된 고용 및 주택지표는 예상보다 양호한 모습이다. 미국부동산중개인협회(NAR)가 5일 발표한 2월 잠정주택판매는 전달에 비해 8.2% 급증했다. 이는 2001년 10월 이후 최대 상승폭이다. 3월 미국의 일자리도 16만2000개 늘어나 3년 만에 최대 고용 증가를 기록했다.

FRB 내 인플레 논쟁이 가열됨에 따라 오는 28~29일 예정된 FOMC 회의에서 고용시장 등 미 경제 전반과 현 금리 수준에 대한 FRB의 판단에 어떤 변화가 있을지가 관심사다. 현재 선물시장에서는 FRB가 올 11월쯤 기준금리를 현재의 연 0~0.25%에서 0.5%로 올릴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박성완 기자 ps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