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저탄소 녹색성장의 법제화 과정에 미국 무역대표부(USTR)가 문제를 제기해 파장이 일 전망이다. USTR는 우리 정부가 추진 중인 자동차 연비 강화 규정이 미국 자동차 업체들에 불리하다며 완화를 요구한 것으로 확인됐다.

USTR는 지난달 31일(현지시간) 미국 의회에 제출한 '2010 연례 국가별 무역장벽 보고서(NTE)'를 통해 '한국의 보호무역 장벽'을 하나하나 명시하면서 이 같은 내용을 공개했다.

보고서는 한국의 대통령 직속 녹색성장위원회가 자동차 평균 연비 목표를 ℓ당 17㎞로 삼은 것과 이를 시행하는 기간을 2012~2015년 4년간으로 계획한 것을 문제삼았다. 한국 측의 이 기준이 미국 정부의 자체 안인 ℓ당 15㎞ 및 5년간 이행보다 훨씬 엄격해 미국 자동차 업계에 불리하다는 것이다. USTR는 이를 반영해 한국 정부의 고위 관계자들과 이미 몇 차례 협의를 가졌으며,한국 측이 저탄소 녹색성장 법안의 시행 규정을 만들 때 미국 정부 및 자동차 업계와 긴밀하게 실무협의를 해 나가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통상교섭본부 관계자는 "지난해 국장급이 참여하는 통상 협의에서 자동차 연비 규제에 대한 미국 정부의 우려를 전해들었다"며 "녹색성장법이 아직 시행되지 않았고,연비 관련 규제도 아직 명문화되지 않은 만큼 미국뿐 아니라 이해당사자들의 의견을 수렴해 반영할 게 있으면 반영하겠다는 원론적 입장을 밝혔을 뿐"이라고 설명했다.

우리 정부는 2020년 세계 7대 녹색강국에 진입한다는 목표 아래 5년간 107조원을 투입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녹색성장위원회는 이를 위해 2009년 7월6일 제4차 회의에서 자동차 평균 연비를 ℓ당 17㎞로,자동차의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당 140g으로 각각 규제하는 안을 제시했다.

보고서는 또 한 · 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을 위한 쟁점에 양국 간 자동차 무역 불균형 외에 쇠고기 분야를 추가 명시했다.

오바마 정부 들어 쇠고기 문제를 FTA와 공식적으로 연계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2009년 보고서에서는 자동차 분야만 언급했다. 보고서는 "한국이 2008년 6월 미국산 쇠고기 수입 시장을 재개방하면서 신뢰할 만한 시장 접근을 제공했다"고 평가하면서도 "한 · 미 FTA를 진전시키기 위한 핵심 쟁점으로 쇠고기 문제도 한국 측과 협의해야 할 분야"라고 적시했다.

워싱턴=김홍열 특파원 come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