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의 27,28번째 원자력발전소로 기록될 신울진 1,2호기의 공개 경쟁입찰이 지난 15일 마감됐다. 현대건설컨소시엄이 낙찰자로 선정됐고 다음 달 부지정지 공사를 시작해 1호기는 2016년 6월,2호기는 2017년 4월 준공될 예정이다.

신울진 1,2호기는 작년 말 우리나라가 아랍에미리트(UAE)에 수출한 '한국형 원전(APR1400)'과 같은 모델이다. 총 공사비는 1조원이 넘는다. 그만큼 국가적으로도 중요한 입찰이었기 때문에 세간의 관심도 높았다.

그런데 뒷맛이 개운치 않다. 발주사인 한국수력원자력이 작년 4월 이후 신울진 1,2호기 입찰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10차례나 유찰되는 등 '잡음'이 끊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 중 9번은 입찰에 참여한 업체들이 써낸 가격이 사전에 한수원이 정한 적정범위에 못 미친 데 따른 것이라 그럭저럭 이해하고 넘어갈 수도 있다.

하지만 지난 10일의 10번째 유찰은 전자입찰 시스템 오류에서 비롯됐다는 점에서 결정적 오점이다. 당시 한수원은 입찰을 전자입찰 방식으로 진행하려 했지만 갑자기 전산시스템 장애가 발생했다. 한수원은 부랴부랴 현장입찰 방식으로 변경하려 했지만 입찰 참여업체 중 일부가 "공정성에 문제가 있다"며 입찰 무효를 주장하고 나서면서 일이 꼬였다. 특히 이번에 수주에 성공한 현대건설컨소시엄이 전산입찰 때와 다른 가격을 현장입찰 때 제출한 것으로 알려져 경쟁업체들이 강하게 반발했다.

일부에선 "해킹 우려가 있는 것 아니냐"는 의혹도 불거졌다. 지식경제부 사이버안전센터의 점검 결과 '해킹이 아닌 단순 프로그램 오류'로 판정됐지만 여전히 후폭풍이 남아 있다. 지난 15일 입찰에서 탈락한 일부 업체가 '파행 입찰'을 이유로 법적소송까지도 검토할지 모른다는 얘기가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탈락업체들은 "국가적으로 추진되는 중요 사업이 이런 식으로 진행되는 게 말이 되느냐"는 불만을 터뜨리고 있지만 한수원으로선 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이 없게 됐다.

정부는 UAE 원전 수출을 계기로 2030년까지 80기의 원전을 수출하고 국내에서도 원전 18기를 추가로 짓겠다는 청사진을 제시했다. '원전 강국'과 어울리지 않는 '어설픈 원전 입찰'이 재발하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주용석 경제부 기자 hoho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