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 19개국 200여명의 원자력 전문가들이 참석한 '세계 원자력 정상회의(SHAPE 2010)'가 12일 '핵무기의 정치적 · 안보적 역할을 줄이자'는 요지의 '서울선언문'을 채택하면서 막을 내렸다. 이번 회의에서는 원전 르네상스 시대를 맞이해 한국이 글로벌 원자력 허브로 도약하기 위해 필요한 각종 조언이 쏟아졌고,넘어야 할 과제들도 제시됐다. 원자력 분야 석학들이 제시한 한국의 글로벌 원전 허브 도약을 위한 5대 과제를 정리한다.

◆한국 원전은 안전하다는 믿음을 줘라

각국 전문가들은 한국형 원전이 글로벌 시장으로 뻗어나가기 위한 전제조건으로 한국이 '원자력을 평화적으로 사용할 것'이란 신뢰를 주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에버하르트 잔트슈나이더 독일 대외관계연구소 이사는 "최근 글로벌 핵 이슈와 관련해 빠르게 다극화가 진행되면서 원자력 사용을 둘러싼 불안정성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며 "한국이 이런 우려를 불식시키고 원전 수출을 늘리려면 평화적 원자력 국가라는 안정성을 대외에 각인시키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북핵 리스크를 줄여라

참석자들은 국제무대에서 한국은 북핵 리스크를 우선적으로 최소화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서울선언에서 △NPT(핵확산 금지조약)를 준수할 것 △비핵화를 위한 구체적인 노력을 할 것 △국제적인 핵안보 메커니즘을 구축할 것 등의 내용이 포함된 것은 모두 북핵 문제와 밀접한 관련을 맺고 있다는 설명이다.

한스 마레츠키 전 북한주재 동독 대사는 "핵 문제와 관련해 북한은 유엔에서 항상 예외적인 대우를 받는데 하루빨리 북한의 변화를 유도해 정상 국가로 대우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다자간 안보협력의 틀을 강화하라

전문가들은 국제적으로 원전산업 르네상스를 꽃피우기 위한 분위기를 조성하려면 북핵 위험성을 줄이고 주요 분쟁지역에서 다자간 안보협력의 틀을 강화해 원전 사용의 안정성을 높일 필요가 있다고 주문했다.

이상현 세종연구소 안보연구실장은 "동북아시아 국가들이 눈부신 경제성장을 지속하고 있지만 동북아를 총괄하는 안보협력의 틀은 조성되지 않고 있다"며 "환경 피해나 핵 확산 등 대응하기 어려운 안보 문제가 발생하는 만큼 혼자서 하는 것보다는 여러 파트너들과 협력하는 것이 좋다"고 강조했다. 잔트슈나이더 이사도 "기존의 미국 유럽 외에 일본 뉴질랜드 아시아 등으로 다자간 안보협력 틀이 확대되면 원전 확대를 위한 기반도 자연스레 마련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전문인력을 양성하라

카렌 할베르크 아르헨티나 국가원자력위원회 위원은 "원전 경쟁력을 확보하는 데 근본적으로 중요한 것은 인적자원의 훈련"이라며 "아르헨티나는 이웃 브라질과 기술 공조를 하고 있을 뿐 아니라 국제원자력기구(IAEA)와 유럽 및 아시아,아프리카 지역 교육에도 일정한 역할을 담당하고 있는데,한국도 이런 적극적인 기술 교류를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나이젤 쿠즌 영국 핵감축기구 대표도 "우수 인력 확보가 앞으로 원전산업 발전의 성패를 가를 것"이라고 전망했다.

◆원자력에 대한 대중의 신뢰를 얻어라

이은철 서울대 원자핵공학과 교수는 "원자력 사용을 더욱 늘리기 위해선 원자력에 대한 일반인들의 신뢰를 확보하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반 올리치 미국 과학자협회 부회장도 "한국은 원자력산업계가 원전산업과 핵 확산을 종합적으로 연계해 파악하는 게 인상적"이라며 "자유로운 의견 교류가 건강한 원자력 정책을 마련하는 토양이 될 것"이라고 거들었다.

김동욱/이현일/정소라 기자 kimd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