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랜드그룹이 38년 전통의 대구 지역 향토 백화점인 동아백화점을 인수한다. 최근 롯데백화점의 GS백화점(3개점) 인수,신세계백화점의 천안 야우리백화점 운영계약 체결에 이어 동아백화점도 이랜드로 넘어감에 따라 규모와 고급화 경쟁에서 뒤처진 중소 · 향토 백화점들의 쇠락이 가속화하는 양상이다.

◆이랜드,유통망 전국화 박차

이랜드리테일은 대구 · 경북 지역에서 동아백화점과 동아마트를 운영하는 화성산업의 유통사업 부문을 영업양수도 방식을 통해 2680억원에 인수하는 양해각서(MOU)를 8일 체결했다. 1972년 대구 중문동에 문을 연 동아백화점은 대구 4곳(본점,쇼핑점,수성점,강북점)과 구미점 등 5개 점포를,동아마트는 대구 수성점,포항점 등 2개 점포가 있다. 지난해 매출은 동아백화점이 3973억원,동아마트가 494억원이다.

이랜드는 동아백화점의 지역 내 위상을 고려해 상호를 그대로 쓰고 고용도 100% 승계하기로 했다. 오상흔 이랜드리테일 대표는 "대구 · 경북 지역은 뉴코아와 2001아울렛 등 그룹 유통 부문이 아직 진출하지 않은 핵심 거점 지역이고 장기적으로도 유통사업 경쟁력 강화에 꼭 필요하다고 판단해 인수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로써 이랜드는 서울 · 경기권에 치중된 유통망(아울렛 29곳 중 22개가 수도권)을 전국화하는 데 박차를 가한다는 전략이다. 특히 상반기 중 3개 아울렛이 있는 부산 · 경남 지역에 3~4개 점포를 새로 열 계획이다.

◆중소 · 향토 백화점 '추억속으로'

대구백화점과 함께 대구의 양대 백화점이던 동아백화점이 매각된 것은 중소 · 향토 백화점들이 처한 현실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통계청과 체인스토어협회에 따르면 1997년 외환위기 이전 전국 백화점 점포 수는 124개였으나 지난해 말 81개로 줄었다. 반면 롯데 · 현대 · 신세계 등 '빅3'의 점포 수는 같은 기간 17개에서 45개로 급증했다.

대형마트,온라인몰 등 '신업태'에 맞서 매장 대형화,고급화,다점포화로 경쟁력을 키운 대형 백화점을 제외한 대다수의 중소 백화점들이 생존 경쟁에서 도태된 결과다. 중소 백화점들은 폐점 또는 임대쇼핑몰,대형마트,아울렛 등으로 전환하거나 '빅3'에 인수되는 길을 걸었다.

화성산업도 2002년 동아백화점 본점을 고급 아울렛 매장으로 개편하는 등 생존을 모색했으나 2003년과 2004년 롯데백화점이 잇따라 대구에 점포를 내면서 경영이 악화됐다. 결국 본업인 건설에 치중하기 위해 3~4년 전부터 유통사업 매각을 추진해왔다. 더욱이 내년 8월엔 쇼핑점 바로 옆에 현대백화점이 대구 지역 최대 매장을 연다. 이랜드는 동아백화점의 기존 업태를 유지한다는 방침이지만 중장기적으로는 뉴코아처럼 아울렛이나 중가형 백화점으로 전환할 것으로 예상된다.

동아백화점 매각으로 향토 백화점은 대구백화점(2개점),대전 세이백화점,마산 대우백화점,창원 대동백화점,청주 흥업백화점 등만 남게 됐다. 백인수 롯데유통전략연구소장은 "향후 백화점의 경쟁력은 '바잉 파워'를 바탕으로 한 상품 차별화와 매장 대형화를 통한 복합쇼핑몰로 변신하느냐에 달려 있다"며 "중소 백화점들은 더욱 살아남기 힘든 경쟁 환경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송태형 기자 toughlb@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