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부다비 미래에너지공사(마스다르사)가 한국 기업들에 대한 사전조사를 많이 하고 왔다는 느낌을 받았다. 한국의 자본과 기술투자 유치에 그만큼 관심이 많은 것 같다. "(두산중공업 관계자)

"아부다비 정부가 원하는 산업이 무엇인지를 정확히 알게 됐다. 이젠 마스다르사와 구체적으로 어떤 분야에서 사업협력을 할지 고민하는 단계가 됐다. "(STX솔라 관계자)

한국경제신문과 지식경제부가 공동 주최한 '한 · 아부다비 경제포럼' 이후 마스다르사와 개별 상담을 가진 국내 기업 관계자들은 신 · 재생에너지 분야의 신규 사업을 발굴할 수 있는 계기가 됐다고 입을 모았다. 기업인들은 2016년까지 총 220억달러를 투자해 조성하는 세계 첫 탄소 중립 도시 '마스다르 시티'가 태양광 풍력 등 한국의 신 · 재생에너지 기술을 세계에 알리고,관련 산업의 수요를 창출하는 기회가 될 것으로 내다봤다.

◆한국 기업에 '러브콜'

아부다비 대표단은 4일 국내 신 · 재생에너지 업체 및 정부 기관을 방문해 투자 상담을 계속했다. 술탄 알 자베르 마스다르사 사장 등은 이날 효성 유니슨 등 국내 풍력 업체들을 차례로 방문,마스다르 프로젝트를 소개하고 자본과 기술 투자를 요청했다.

효성 관계자는 "마스다르사가 영국 등 해외에서 벌이고 있는 풍력사업에 대한 설명을 들을 수 있는 기회였다"며 "사업조건만 맞는다면 앞으로 마스다르사와 풍력 분야의 공동 투자도 검토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개별 투자 상담을 통해 마스다르사로부터 구체적인 사업 제안을 받은 업체도 있다. 두산중공업 관계자는 "3일 개별 면담에서 마스다르 도시계획 관계자들이 '한국 클린 테크놀로지 클러스터'의 개발자 역할을 해줄 수 있느냐는 요청을 해왔다"며 "앞으로 추가 논의를 통해 서로가 윈-윈할 수 있는 협력 방안을 논의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아부다비 정부는 한국 자본을 유치하기 위해 세계 첫 탄소 중립 도시인 마스다르 시티에 한국 기업만 참여하는 한국 전용단지용으로 66만㎡(도시 전체의 8%)를 배정했다.

◆태양광 분야 사업 기회 많아

마스다르사는 마스다르 시티 운영에 필요한 에너지를 100% 신 · 재생에너지로 공급할 계획이다. 이 중 태양광 및 태양열 에너지원이 92%를 차지하고 있어 한국 태양광 업체들이 높은 관심을 나타냈다. 황철주 주성엔지니어링 사장은 "비과세 혜택 등 투자 기업에 대한 인센티브가 많아 투자를 검토해볼 만하다"며 "중국 등 해외 업체들과의 시장경쟁이 점점 더 치열해지는 상황에서 마스다르 시티 같은 대규모 프로젝트는 태양광 관련 업체들에 새로운 사업 돌파구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1월 한국을 찾은 아부다비 민관 사절단과 면담한 이후 두 번째 투자 상담을 가진 신성홀딩스 관계자는 "광변환효율(태양광을 전기 에너지로 바꾸는 비율)이 19% 이상인 고효율 태양전지 기술의 공동 개발 방안에 대해 논의했다"며 "기술협력뿐만 아니라 마스다르 시티에 설치되는 태양전지를 공급할 수 있는 길도 찾을 계획"이라고 말했다.

태양광 업체 외에 삼성SDI는 연료전지 수출협상을 벌이고 있다. 발광다이오드(LED) 제조업체인 아스트로닉스는 가로등용 LED 공급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현지에 조립 공장을 건설하는 방안을 검토하는 등 국내 기업들의 아부다비 투자가 점점 가시화되고 있다.

◆해외 자본 유치가 관건

아부다비 대표단을 만난 국내 기업들은 마스다르 시티 조성이 국내 기업에 새로운 사업 기회를 제공할 것이라는 데 의견을 같이했다. 그렇지만 앞으로 사업 추진 과정과 투자 방법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일부 제기됐다.
마스다르사와 투자 상담을 가진 한 태양광 전문기업 관계자는 "마스다르사가 기술 협력이나 제품보다는 자본 유치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는 것 같은 인상을 받았다"며 "중견 태양광 업체들엔 다소 실망스러운 대목"이라고 지적했다.

마스다르사가 해외 자본 유치에 어려움을 겪을 경우 마스다르 시티 건설 사업이 상당기간 지연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왔다. 한 참석 업체 관계자는 "마스다르 시티 건설에 투입되는 220억달러 중 82%인 180억달러를 해외 자본 유치에 의존한다는 계획이 마음에 걸린다"며 "해외 자본 유입이 지지부진해지면 마스다르 시티 건설도 무기한 연기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정호/박민제 기자 dolp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