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년에 이어 두 번째로 개최한 오픈하우스 행사를 올림픽처럼 4년에 한 번씩 계속 열면서 일본의 세계적인 공작기계 전시회인 JIMTOF에 견줄 만한 이벤트로 키워나가겠습니다. "

3일 광주광역시 장덕동에 있는 화천그룹(회장 권영렬) 내 'H-ROAD 2010' 행사장에서 만난 권영렬 회장은 "앞으로 브랜드 인지도와 기술력을 더욱 높여 회사를 '글로벌 톱 5' 안에 드는 공작기계 전문 기업으로 발돋움시키겠다"며 이같이 말했다.

화천그룹은 컴퓨터수치제어(CNC)선반 및 자동밀링머신의 일종인 머시닝센터를 주로 만드는 화천기공과 연삭기,일반선반 등을 제조하는 화천기계공업과 서암기계공업,TPS코리아 등 4개 공작기계 제조업체로 구성돼 있다. 약 50여개에 달하는 국내 공작기계업체 중 현대위아,두산인프라코어와 더불어 '빅3'의 하나이며 시장 점유율은 20% 선.연 매출 3000억원의 절반을 미국,유럽을 비롯한 전 세계 30개국 수출에서 올리고 있다.

화천기공 생산라인의 설비를 치우고 마련된 3600㎡ 규모의 행사장에는 이날 업계 관계자와 해외 바이어 등 약 2000명이 참석했다. 그룹 측은 전시회에서 제품의 내부 구조를 공개하는 것 뿐 아니라 참석자들에게 전시된 제품 모두를 조작하도록 하는 등 품질을 직접 체험해 보게 했다.

회사 관계자는 "그동안 좋은 품질에 비해 브랜드 인지도가 떨어져 세계 시장에서 고전했던 것을 만회하고 포화상태에 이른 국내 시장의 한계를 벗어나 세계 시장을 집중적으로 개척하기 위해 이 같은 행사를 열었다"며 "국내에서 주요 고객들을 초청하는 자사 제품 단독전시회인 오픈하우스 행사를 갖는 곳은 두산인프라코어(2년에 한 번)와 화천그룹뿐"이라고 설명했다.

그룹 측은 주력제품인 공작기계 11종을 비롯해 회사가 지난해 2년여에 걸쳐 자체적으로 개발에 성공한 신제품 10종을 최초로 공개했다. 이 중 2년간의 연구 끝에 지난해 세계 최초로 개발,최근 미국 항공기회사 보잉에 비행기 날개와 동체 가공용 시제품으로 납품한 5축 머시닝센터 신제품 'M9'이 관람객들의 눈길을 끌었다. M9은 금속의 가공면을 뒤집어 깎을 수 있는 등 5방향으로 작업이 가능해 작업효율을 20%가량 높일 수 있고 수십m에 달하는 큰 부품도 가공할 수 있는 것이 특징.기존의 머시닝센터는 금속의 한 쪽 표면을 앞 · 뒤,위 · 아래,좌 · 우 등 세 방향으로만 가공할 수 있는 3축형이었다.

해외 바이어와 딜러들의 수출상담도 이뤄졌다. 일부 바이어들은 현장에서 회사 제품을 구매하겠다는 의사를 보이기도 했다. 브라질에서 온 앤드슨 라베스씨는 "화천의 제품은 일본 등 경쟁사 제품보다 가격은 30% 싸고 품질은 거의 동등한 수준인데다 5만시간을 연속 작업해도 불량품이 거의 생기지 않는다"며 "약 250만달러어치를 구매할 계획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화천은 올해 자동차 및 전자업계가 설비투자를 늘릴 것에 발맞춰 국내외 시장을 공략할 계획이다. 회사는 올해 약 4000억원의 매출을 기대하고 있다. 권 회장은 "이미 1분기 수주량이 예년에 비해 30%가량 늘어났다"며 "우리 제품의 기술력이 국제 시장의 표준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광주=임기훈 기자 shagg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