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례1.지난 1월 초 쏘렌토가 처음 출고될 무렵,미국 국방부 산하 연구소의 현역 장성이 군복 입은 과학자들을 이끌고 기아자동차 조지아 공장(KMMG)을 찾았다. 그들은 기아차의 엔지니어들을 붙잡고 쉴 새 없이 질문 공세를 퍼부었다. 낙후된 미국 제조업 부흥을 위해 첨단 생산공장을 견학하는 것이 그들의 임무였고,KMMG가 마지막 행선지였던 것.

#사례2.그로부터 며칠 뒤,이번엔 사우스 캐롤라이나주에 있는 BMW 공장의 사장이 임원들을 대동하고 기아차 공장을 방문했다. 한참을 둘러본 뒤 그들은 "믿을 수 없다"는 말을 연발했다. 그 뒤 기아차와 BMW는 상호 엔지니어 교환 프로그램을 운영하기로 했다. 박영은 KMMG 법무 · 홍보담당 차장은 "조지아 공장은 현대 · 기아차의 생산 경험이 집약된 기술의 총아"라며 "도요타를 넘어선 수준"이라고 자신했다.

완공 전 부터 세계 곳곳의 주목을 모아 온 기아차 조지아 공장이 지난 26일(현지시간) 준공식을 갖고 본격 출범을 선언했다. 현대모비스를 비롯 제철 · 하이스코 · 로템 · 위아 등 현대 · 기아차그룹 계열사들만의 기술력으로 만든 첨단 공장에 현지 언론과 전문가들은 아낌없는 박수를 보냈다.

◆기아차 '메이드 인 USA' 시대 개막

KMMG에 들어간 돈은 총 10억달러.연산 30만대 생산 능력을 갖춘 조지아 공장을 본격 가동하게 됨으로써 기아차는 연구 · 개발부터 생산,판매,디자인,마케팅,애프터서비스를 모두 미국 현지에서 할 수 있게 됐다. 중국,유럽(슬로바키아)에 이어 세계 3대 시장에서 현지생산 체제를 완료한 것이다. 중국,유럽,미국을 비롯해 인도,러시아(건설중),브라질(건설 예정) 등으로 뻗어 있는 현대차 현지 공장과 함께 KMMG는 현대 · 기아차그룹의 연 600만대 생산 및 판매 시대를 열게 됐다.

가동률은 벌써 100%에 도달했다. 지난해 모집한 조지아 공장 생산직(850명) 지원자는 무려 4만3000명.경쟁률이 50 대 1에 달했다. 자동차 공장에 이만한 인원이 몰린 것은 미국 제조업 사상 처음이었다.

◆미국 남부 경제를 살리다

공장 안에서는 흔한 용접 불꽃조차 보기 힘들었다. 시간당 57대(하루 8시간)를 생산하기 위해 241대의 로봇들이 쉴 새 없이 움직이며 자동차 조립의 대부분을 담당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KMMG는 자동화만을 우선시하지 않는다. 인간과 로봇의 조화를 최우선의 가치로 삼고 있다. 보통 자동차 공장에서는 로봇들이 15종의 자동차 패널을 정교하게 찍어낸 뒤 운반까지 담당한다. 그러나 기아차는 운반 도중 패널이 떨어질 경우 불량률을 높일 수 있다고 판단,현장 근무자들에게 맡겼다.

한때 미국 남부의 공업 중심지였던 조지아주 웨스트포인트는 오랫동안 터를 잡았던 면방직 공장들이 아시아로 떠나버리고,GM과 포드마저 공장을 철수하면서 '유령의 도시'로 불릴 정도로 존폐 위기에 몰렸다. 기아차가 들어서면서 상황이 180도 바뀌었다. 조지아 주정부는 2006년 2000명쯤이던 인구가 기아차 공장 건설 후인 작년 말 3600명으로 늘어났다고 밝혔다. 관련 업종까지 포함하면 2012년에는 인근 9개 카운티에 2만개 이상의 일자리가 생길 전망이다. 이날 준공식에서 소니 퍼듀 조지아 주지사가 "고맙다"는 말을 연발한 데에는 이유가 있는 셈이다. 현지 언론의 반응도 칭찬 일색이었다. 조지아주 지역 신문인 더 뉴먼 타임스 헤럴드의 제프 비숍 기자는 "5년 전 직접 몰았던 기아차는 괜찮았지만 훌륭한 차는 아니었다"며 "하지만 지금은 상황이 달라졌다"고 말했다. 그는 "슈퍼볼 경기에 나온 쏘렌토 광고 얘기를 우리집 아이들로부터 귀가 따갑게 들었다"며 "5년 전과 비교하면 기아차는 쿨하다는 느낌이 강하고,그래서 젊은층이 좋아한다"고 덧붙였다.

웨스트포인트(미국 조지아주)=박동휘 기자 donghui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