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청회서 불만 분출될 듯..무디스 신용등급 하향 가능성 경고
도요타 쇼크 장기화 우려

도요타자동차가 9일 일본 국토교통성과 미국 당국에 제동장치 결함이 문제가 된 프리우스 등 하이브리드 차량에 대한 리콜을 신청하고 곧바로 대상 차량에 대한 리콜에 돌입했지만 파문은 쉽게 가라앉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도요타자동차 창업자의 손자인 도요다 아키오(豊田章男) 사장이 이날 리콜 파문 발생 이후 두 번째 공식 기자회견을 갖고 전 세계 소비자들에게 머리를 숙이고 사과했지만 그동안 바닥 매트에 이은 하이브리드 차량의 브레이크 이상 문제에 대해 뒷북 대응으로 일관해온 탓에 소비자들의 불만을 무마하기에는 역부족이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또 국제 신용평가기관 무디스가 이날 도요타의 사상 유례없는 전 세계적인 대규모 리콜이 회사 브랜드 이미지에 엄청난 타격을 입힐 수 있다면서 도요타의 신용등급 하향조정 가능성을 경고하고 나서면서 도요타는 물론 일본 자동차 업계의 우려도 증폭되고 있다.

무디스가 하향조정 가능성을 경고하는 것은 리콜이 확대되면서 브랜드 가치와 가격경쟁력, 핵심시장들 내의 시장점유율에 장기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에 따른 것이다.

신용등급 하향 조정이 이뤄지면 도요타자동차의 국제적 신뢰도가 더욱 추락하면서 리콜 파문 수습이 어려워져 사태가 장기화 국면에 들어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게된다.

탈출구를 찾기가 그만큼 어려워진다는 얘기다.

여기에 이번 도요타자동차 리콜 파문의 중심인 미국에서 언론을 중심으로 여전히 도요타 때리기 분위기가 고조되고 있는 점도 도요타 측으로서는 큰 난제다.

도요다 사장이 이번 파문과 관련, 오는 10일 열리는 미국 하원 공청회 추이를 지켜본 뒤 상황이 여의치 않을 경우 직접 미국을 방문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도 이러한 사정을 고려, 조기 수습을 위한 것으로 알려졌다.

도요타 측이 미국 하원의 공청회를 주시하는 데서도 볼 수 있듯이 도요타자동차 리콜 사태의 최대 고비는 역시 10일의 공청회가 될 전망이다.

미국 언론을 중심으로 도요타에 대한 비판적인 기사들이 매일 쏟아져 나오는 상황에서 의회의 공청회가 열리게 되는 만큼 이들 언론에서 제기된 의혹과 국민 여론이 공청회장에서 한꺼번에 분출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미국 의회는 공청회를 통해 차량 바닥 매트의 가속페달 걸림 현상 및 급가속, 브레이크 결함과 관련한 소비자들의 불만 제기 은폐 및 늑장 대응 의혹 등에 대해 집중 추궁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도요타 측에서는 이나바 요시미 북미도요타 사장 등 회사 간부들이 공청회에 출석할 예정이다.

미국 내에서는 바닥매트 걸림 현상이나 가속페달 이상 문제로는 지난해 여름 미국 캘리포니아주에서 발생한 도요타자동차의 급발진에 따른 탑승자 4명 사망 사건 등에 대한 해명이 어렵다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이에 따라 공청회에서는 "부품 교환으로 해결될 사안이 아니다"라는 추궁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따라 공청회에서는 도요타 차량들의 전자제어(ETC)시스템 자체의 이상 여부가 최대 쟁점이 될 것으로 관측된다.

반면, 도요타측은 그동안 "전기 계통에는 문제가 없다"라고 주장해 온 만큼 공청회에서도 이런 입장을 고수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이번 프리우스 리콜 사태의 경우도 당초 "브레이크에는 문제가 없다.

소비자들의 느낌이 문제"라는 식으로 책임을 전가하다가 오히려 "무책임하다"는 역풍을 맞은 만큼 공청회에서 비슷한 주장을 되풀이할 경우 사태를 더욱 악화시킬 가능성도 있다.

특히 공청회 상황이 방송을 통해 속속 소비자들에게 전달될 것으로 보이는 만큼 도요타자동차에 대한 미국, 나아가 전 세계적인 신뢰도가 악화하면서 충격파가 더 커질 수도 있다.

이처럼 사태가 심각한 국면으로 접어들면서 일본 내 일각에서는 하토야마 유키오(鳩山由紀夫) 총리 출범 이후 경색된 미.일 관계가 반영된 것 아니냐는 시각도 제기되고 있다.

그러나 일본의 외교 소식통들은 "도요타를 추궁하는 미국 의원들은 후텐마(普天間)라는 단어도 모르는 것 같다"라고 말하고 있다.

후텐마 비행장은 오키나와(沖繩)현에 있는 주일미군이 주둔하고 있는 곳으로, 이 비행장의 이전 문제를 둘러싸고 미.일 간 갈등이 계속되면서 양국 간 분쟁의 상징이 되고 있다.

이와 관련, 리처드 아미티지 전 미국 국무차관보도 최근 방미 중인 후지타 유키히사(藤田幸久) 민주당 국제국장과 만난 자리에서 "도요타와 오키나와 기지 문제와는 전혀 관계가 없다"고 말하기도 했다.

다만, 도요타에 대한 미국내 여론이 계속 악화일로로 갈 경우 일본 국민 사이에서 이를 정치나 통상 문제로 생각하는 분위기가 확산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지적도 있다.

오카다 가쓰야(岡田克也) 외상이 지난 5일 "도요타 문제는 이미 일개 기업의 이야기가 아니다"라고 지적한 것도 이런 분위기와 무관치 않다.

이런 일본의 분위기를 의식해서 인지 미국 내에서도 "도요타 때리기를 계속할 경우 고용 문제를 중시하는 미국의 버락 오바마 정권에도 상당한 부담을 줄 것"이라며 냉정한 대응이 필요하다는 말들이 나오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마에라하 세이지(前原誠司) 국토교통상은 10일 존 루스 주일 미국대사와 만난다.

그는 이 자리에서 도요타 리콜 사태와 관련한 공청회를 앞두고 미국 내에서 좀더 차분하게 대응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할 것으로 알려졌다.

(도쿄연합뉴스) 최이락 특파원 choinal@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