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채무 산정방식 논란
유럽 국가들의 재정위기로 한국의 재정상태는 건전한가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정부는 '아직까지 위험한 수준은 아니다'는 입장이지만 '마냥 안심하고 있을 때가 아니다'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공식 국가채무는 올해 407조원

정부는 중앙정부와 지방자치단체의 '빚'(국고채,외국환평형기금채권,지방채 등 확정채무)을 합한 것을 국가채무로 본다. 이 기준에 따라 계산하면 지난해 국가채무는 366조원이다. 국내총생산(GDP)의 35.6% 수준이다. 올해 국가채무는 407조2000억원으로 GDP의 36.1%에 달할 전망이다. 2002년(국가채무 133조6000억원,GDP 대비 18.5%)과 비교하면 나랏빚은 3배 이상 증가했고 GDP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2배가량 높아졌다.
400조…700조…1400조…나랏빚 도대체 얼마

이에 대해 정부는 주요 20개국(G20)의 GDP 대비 국가채무 비중이 평균 75.1%(2009년 기준)에 달하는 것에 비하면 상대적으로 건전한 수준이라고 설명한다. 주요 선진국은 물론 심각한 재정위기를 겪고 있는 그리스(113%),이탈리아(115%),포르투갈(77%),스페인(54%)과 비교해도 양호한 편이라는 얘기다.

◆'숨겨진 빚' 포함 땐 천문학적 규모

그러나 국가채무에 잡히지는 않지만 나중에 나랏빚이 될 가능성이 높은 '숨겨진 빚'이 많다는 지적도 있다. 민주당 김효석 의원 등은 "상당수 공기업들이 정부가 해야 할 대규모 국책사업을 대신 떠안고 있는 만큼 공기업 부채를 별도로 관리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공기업 부채는 2003년 128조1000억원에서 2008년 232조6000억원,지난해(3분기) 258조3000억원 등으로 매년 급증하는 추세다.

한국은행은 공기업 부채와 일반정부 부채(국가채무에 국민연금 등 사회보장기구 부채 합계) 합계 규모가 2008년 3분기 496조원에서 지난해 9월 말 610조8000억원으로 23.1% 늘었고 GDP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2008년 48.3%에서 지난해 59.1%로 높아졌다고 분석했다. 여기에 국민주택기금 · 예금보험기금 등 공적금융기관의 부채 등을 포함한 전체 공공부문 부채는 지난해 3분기 710조원으로 GDP 대비 69%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했다.

국가채무가 1000조원을 넘는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나라당 이한구 의원은 정부가 집계하는 국가채무에 공기업 부채,국민연금 · 공무원연금 등 4대 공적연금 책임준비금 등을 합한 '사실상의 국가채무'가 2008년 기준으로 1439조원,GDP 대비 비중은 140.7%에 달한다고 주장한다.

◆"위기는 아니지만…"

이에 대해 허경욱 기획재정부 1차관은 "공기업 부채가 빨리 늘어난다는 지적이 있지만 부채가 느는 만큼 자산도 같이 늘어나고 있다"며 "경기 회복 추세를 감안하면 국가채무 비중이 GDP 대비 40%를 넘지 않게 관리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재정 악화에 대한 경계심을 늦춰서는 안 된다는 입장이다. 박종규 국회예산정책처 경제분석실장은 "우리나라도 잠재적인 국가부채 위험에서 자유롭지 못하다"며 "고령화,저출산 등 앞으로 있을 위험 요인 등을 감안한 재정 관리계획을 짜야 한다"고 지적했다. 박형수 조세연구원 재정분석센터장은 "국제기준상으로는 공기업 부채를 국가채무에서 빼는 게 맞지만 국제기구들도 공기업 부채를 따로 관리할 것을 권고하는 추세"라며 "정부도 국가채무 증가 속도보다 공기업 부채 증가 속도가 훨씬 빠른 점에 유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태명/박신영 기자 chihir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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