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태(金太)가 돼버린 명태.'
명태는 오징어와 고등어를 제치고 한국인들이 가장 많이 먹는 생선이다.

그러나 무분별한 남획과 지구 온난화의 영향으로 2008년 이후로 한반도 인근에서는 씨가 말랐다.

조업 실적이 '0'인 것이다.

정부는 이에 따라 명태의 주 공급처인 러시아와의 수산 협력을 강화하고 종묘(양식을 위한 어린 물고기) 배양과 방류 사업을 벌이기로 했다.

◇한국 주변서는 안 잡히는 명태
28일 농림수산식품부에 따르면 한류성 어종인 명태는 1930년대까지만 해도 연근해에서 연간 15만t씩 잡혔다.

그러다 1990년대엔 6만∼10만t을 오가다 1999년 1만4천t으로 급감했고 2008년부터는 생산 실적이 전무하다.

그 대신 러시아, 일본, 미국, 중국 등 해외에서 잡힌 명태를 수입해다 먹는 실정이다.

연간 40만t가량을 들여와 35만t은 국내에서 먹고 나머지 5만t은 가공해 재수출하거나 재고로 보관한다.

이러다 보니 수급이 불안정해 가격도 출렁이고 있다.

명태 가격은 지난해 초부터 꾸준한 상승세를 보여 설 대목을 앞둔 1월의 가격은 작년 1월 대비 35.2% 상승한 2천993원(㎏당)이다.

'금태'라 불리는 이유다.

명태의 연평균 가격은 2007년 1천662원에서 2008년 1천626원, 2009년 2천472원으로 오름세를 보이고 있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러시아 수역에서 잡힌 명태의 반입량이 줄고 환율이 뛰면서 명태 수입량이 감소하자 값이 뛰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지난해 명태 제품의 수입량은 2008년과 견줘 24.2%가 줄었다.

국내 수입량의 79%(2009년 기준)를 차지하는 러시아 물량은 전년 대비 7.7%, 중국산 연육이나 건조품은 64.8%나 감소했다.

여기에 최근 25㎝ 이하의 작은 명태 수입은 늘고 41∼55㎝ 크기의 중.대형 명태는 수입이 크게 줄어 중.대형 물량이 고가로 유통되면서 가격 상승을 주도한 것으로 정부는 보고 있다.

◇러시아와 협력 강화..종묘 육성
정부는 일단 가격 급등에 대응해 공급을 늘리기로 했다.

설을 맞아 수협 물량 40t을 포함한 정부 비축분 381t을 조기 방출하고 민간 비축분 1만3천219t도 조기에 출하하도록 독려하기로 했다.

또 우리 정부와 기업이 확보한 러시아 명태 쿼터 중 기업 몫인 합작조업 물량 17만t이 이른 시일 안 국내에 반입될 수 있도록 이달 중 원양선사의 조기 출어를 유도하기로 했다.

장기적으로는 러시아와의 수산 분야 협력을 강화하기로 했다.

러시아의 배타적 경제수역(EEZ)은 최대의 명태 공급원이자 우리나라가 유일하게 명태를 잡을 수 있는 조업장이다.

이에 따라 한.러 정상회담의 성과로 명태 어획쿼터 4만5천t을 확보한 데 이어 수산물의 가공.유통.조선 등 수산 전 분야에서 투자를 확대해 유대를 강화하기로 했다.

연해주에 어선조선소 합작법인을 설립하기 위한 기초조사와 검토를 벌이고 있으며 3월 중에는 극동지역에 수산물 가공공장을 설립하기 위해 투자조사단을 현지에 파견할 계획이다.

민간기업들의 러시아 투자와 진출을 독려해 양국 간 협력을 다지겠다는 것이다.

또 극동 지역 투자 활성화를 위해 민간 차원의 현지법인인 '한-러 어업협력공사'를 설립하고 한국원양산업협회를 통한 협력사업을 벌이는 방안도 검토하기로 했다.

다른 한편으로는 한반도 수역의 자원 회복을 위한 종묘 배양과 방류 사업도 추진한다.

국립수산과학원 동해수산연구소가 명태의 알을 채취하기 위해 현상금까지 내걸었지만 신고가 3번뿐이었고 이마저도 알 채취가 불가능한 상태였다.

이에 따라 동해수산연구소가 직접 시험조업에 나서 명태 알을 확보하고서 인공수정을 통해 동해 환경에 적응할 수 있는 종묘를 생산한다는 구상이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올해는 러시아와의 합작 어획 쿼터 17만t을 포함해 러시아 수역에서 22만t가량의 명태를 생산할 수 있어 안정적인 수급 조절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정성호 기자 sisyph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