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보스엔 일종의 '시노포비아(중국 공포)' 분위기가 감돌고 있다.

뉴욕타임스(NYT)는 26일 "최근 중국의 부상을 가장 분명하게 보여주는 곳이 바로 다보스"라며 "54명의 정부 고위 관료와 기업 임원들로 구성된 초대형 다보스포럼 대표단이 다보스를 사실상 점령해 버렸다"고 보도했다. 중국이 다보스포럼 역사상 최대 규모의 대표단을 보내면서 다보스 시내 중국 음식점들은 연초부터 예약이 만료됐다고 NYT는 전했다.

이번 다보스포럼의 주제는 사실상 '중국 경제의 향방'과 'G2(주요 2개국) 시대 중국 영향력의 명암'이 됐다는 평가도 나온다. 실제 5일간 열리는 200여개 세션 중 상당수는 △경제위기 이후 신질서 △미국과 중국의 새로운 역할 △동아시아 경제 성장 등 중국 관련 주제가 많다. 크리스틴 포브스 미 MIT대 교수는 "그동안 세계 어느 누구도 중국의 초고속 부상에 대한 준비가 돼있지 않은 상황"이라며 "이제 다보스포럼 참가자들은 변화된 중국을 어떻게 이해하고 대처해야 하는지 숙제를 갖게 됐다"고 말했다.

다보스포럼이 유럽에서 열리고는 있지만 "유럽은 장소를 빌려주고 무대준비만 할 뿐 주연은 중국"(파이낸셜타임스)이라며 제2의 황화(동양인들에 대한 서양인의 공포)'에 대한 두려움조차 감지된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중국과 미국은 명실상부한 세계 정치 · 경제의 양대축이지만 글로벌 아젠다나 풍요도,정치 이데올로기,외교적 접근법 등 많은 부분에서 차이를 보이고 있다"며 "과거 아테네와 스파르타,영국과 독일 간의 역사처럼 기존 슈퍼파워와 신흥 강대국 간의 관계가 협력보다는 충돌로 귀결된 점을 고려하면 미국과 중국의 관계도 불안 요인이 많다"고 전했다. 글로벌 문제 해결을 위해선 미국과 중국 간 G2의 상호관계가 가장 중요하지만 중국은 자국 문제만 신경쓰고 싶어 하는 점도 신질서 구축의 걸림돌이라고 지적했다.

김동욱 기자 kimd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