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첫 상업 원전은 1978년 가동된 고리1호기다. 당시 원전 기술이 전무했던 한국은 고리1호기 건설을 전적으로 미국 웨스팅하우스에 의존했다.

국내 건설업체들은 하도급업체로 참여했다. 미국 기술자들의 말 한마디에 이리 뛰고 저리 뛰며 단순노동을 제공하는 수준이었다. 우리 기술자들이 중요 현장에 접근하려 하면 미국 기술자들이 막아서곤 했다. 당시 현대건설 사장을 지낸 이명박 대통령은 "웨스팅하우스에 기술을 얻으려고 수없이 찾아갔던 기억이 난다. 핵심 기술도 아닌 시공에 필요한 기술이었는데 얻기가 참 힘들었다"고 회고하기도 했다.

하지만 한국은 착실히 기술을 쌓아 나갔고 1987년 착공한 영광 3,4호기부터는 미국과 공동 개발한 한국형 표준원전을 통해 기술 자립도를 높여 나갔다. 지금은 원전 기술 자립도가 95%에 이른다. 2012년까지는 원전 설계코드와 원자로 냉각재 펌프,원전 제어계측장치 등 3대 핵심 기술을 모두 국산화할 계획이다.

한국은 현재 20기의 원전을 가동 중이다. 지난 30여년간 단 한번의 사고도 없었다. 연중 원전 가동 시간 비율을 나타내는 원전 이용률은 지난해 93.3%로 미국(89.9%) 프랑스(76.1%)보다 높다. 원전 건설 기간은 52개월로 프랑스 60개월,미국 57개월보다 짧다. 원전 건설단가도 훨씬 싸다. 경제성과 안전성 모두 세계 최고 수준에 오른 것이다.

주용석 기자 hoho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