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2(미국과 중국) 리스크'가 부각되면서 26일 아시아 증시가 일제히 급락했다. 중국의 금리 인상 임박설과 미국의 재정지출 동결 소식으로 글로벌 유동성 위축과 더블 딥(반짝 경기 반등 후 재차 하강) 우려가 커지면서 증시를 끌어내렸다.

코스피지수는 사흘 연속 약세를 보이며 32.86포인트(1.97%) 내린 1637.34로 마감했다. 사흘간 하락폭은 84.67포인트(4.9%)에 달했다. 일본 닛케이 평균주가(1.78%)와 중국 상하이종합지수(2.42%),대만 가권지수(3.48%) 등도 큰 폭으로 떨어졌다.

반관영인 중국신문에 따르면 난징 항저우 푸저우 광저우 등 주요 도시의 시중은행들이 개인 부동산 대출을 중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로이터통신은 중국의 일부 은행들이 지급준비율(지준율)을 추가 인상할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인민은행은 공상은행과 중신은행 등에 이날부터 지준율을 0.5%포인트 추가로 올릴 것을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중국의 기준금리 인상이 임박한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조용찬 한화증권 수석연구원은 "춘제(설날)를 전후해 중국이 금리를 올릴 것이라는 보고서가 줄을 잇고 있다"며 "은행들의 증자도 러시를 이룰 것으로 보이면서 중국 증시가 가파르게 떨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런 가운데 '오바마 쇼크'도 이어지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에 따르면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연방 예산에서 국방,해외 원조 분야 등을 제외한 재량적 지출을 3년간 동결하는 법안을 의회에 제출할 예정이다. 동결하는 지출 규모는 약 4470억달러로 전체 연방 예산의 17%에 해당한다. 이 같은 재정적자 축소 노력은 장기적으로는 금융시장에 긍정적이겠지만 당장은 유동성 위축으로 비쳐지면서 투자심리를 냉각시켰다.

오바마 대통령이 지난주 내놓은 강도 높은 은행 규제안의 충격도 계속되고 있다. 상업은행과 투자은행을 분리할 경우 상업은행 자금이 주식이나 펀드 등 위험자산에서 빠져 나갈 것이라는 우려가 크다. 달러 캐리 트레이드(저금리 달러를 빌려 고금리 통화자산에 투자)의 본격적인 청산 가능성도 거론된다.

한치환 대우증권 연구원은 "미국의 금융규제안 발표로 위험자산에 대한 투자 위축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달러 캐리 트레이드 청산에 따라 달러자금이 미국으로 환류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박성완 기자 ps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