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블릿PC 시장의 확대는 신문 잡지 등 전통 미디어의 유통 구조를 획기적으로 변화시킬 것으로 보인다. 자유로운 필기가 가능한 태블릿PC의 등장으로 머지않아 강의실에선 칠판과 공책이 사라질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업계는 태블릿PC가 앞으로 넷북(미니 노트북),전자책(e-book) 단말기,PMP(휴대용 멀티미디어 플레이어),내비게이션 등 각종 정보기술(IT) 기기를 통합하며 진화해 나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태블릿PC로 승부 건 애플

애플이 27일 미국 샌프란시스코 예르바부에나 아트센터에서 발표할 예정인 태블릿PC는 멀티미디어 콘텐츠의 유통 구조를 송두리째 바꿔 놓을 제품으로 평가받고 있다. 애플이 과거 아이팟(MP3 플레이어) 아이폰(스마트폰) 등을 내놓으며 온라인 장터인 '아이튠스'를 통해 음악 콘텐츠의 유료화 모델을 정착시켰듯,태블릿PC로 잡지 신문 등 미디어 콘텐츠 유통에 나설 것이란 전망이다.

애플은 이와 관련,최근 미국 유력지인 뉴욕 타임스를 비롯해 출판사인 하퍼콜린스 맥그로힐 아셰트북그룹 등과 콘텐츠 제공 협의를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언론그룹 허스트는 패션 잡지인 에스콰이어와 마리클레르의 디지털 콘텐츠를 애플에 공급하기 위해 협의하고 있다.

애플은 세계 최대 게임업체인 일렉트로닉 아츠와도 공동 작업을 진행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시장조사 회사인 엔드로인트 테크놀러지의 로저 카이 사장은 "엔터테인먼트 업체들의 비디오(동영상)뿐 아니라 게임 등 각종 디지털 콘텐츠가 애플의 태블릿PC에 공급될 것"으로 예상했다. 한국경제연구원은 "태블릿PC가 기존의 신문 잡지 등 미디어 산업에 지각 변동을 일으킬 것"이라며 "이제는 신문도 언제 어디서나 받아볼 수 있는 세상이 오고 있다"고 강조했다.

◆전자책,넷북 등 시장 위협

태블릿PC의 확산은 기존 전자책 단말기 시장도 위협할 것으로 예상된다. 흑백 화면으로 일반 책 정도만 볼 수 있었던 전자책 단말기에 비해 태블릿PC는 화려한 그래픽으로 다양한 잡지,도표 등까지 처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시장조사 업체인 포레스트는 "소비자들은 더 이상 한 가지 기능에 특화한 제품을 선호하지 않을 것"이라며 "태블릿PC처럼 다양한 기능을 한꺼번에 담은 제품이 인기를 끌 것"으로 내다봤다.

기존 넷북 시장도 태블릿PC의 등장에 위축될 것으로 보인다. 태블릿PC는 넷북과 유사한 기능을 갖추고도 무게는 절반 이하로 가볍기 때문이다. PMP,MP3 플레이어,내비게이션 등도 태블릿PC 안에 녹아들 것으로 전문가들은 전망하고 있다. 업계 전문가는 "자유로운 필기가 가능한 태블릿PC 시장이 커지면 회사나 강의실에서 칠판과 공책 등이 불필요해질 것"이라며 "교육용뿐만 아니라 의학,마케팅 등의 분야에서 태블릿PC가 널리 활용될 것"이라고 말했다.

◆클라우드 컴퓨팅의 허브 단말기로 부상

태블릿PC가 최근 주목받고 있는 '클라우드 컴퓨팅'의 핵심 기기로 떠오를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클라우드란 자신의 단말기에 데이터를 저장하지 않고 인터넷을 이용해 저장장치(스토리지),소프트웨어 등을 빌려 쓰는 서비스로,IT 자원을 효율적으로 이용할 수 있는 게 장점으로 꼽힌다. 최근 태블릿PC에 각종 통신 기능이 담기면서 클라우드 환경에서 기기를 사용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되고 있는 것이다.

미국의 경제 주간지 비즈니스위크는 태블릿PC가 가져올 변화로 △잡지 및 신문의 디지털 콘텐츠 사업 활성화 △TV와 라디오의 인기 하락 △증강현실(현실에 가상 그래픽 등으로 정보를 덧씌운 혼합현실) 프로그램의 증가 △재택 근무 증가 등을 꼽았다.

안정락 기자 jr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