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이 MBC 'PD수첩' 제작진에 대해 무죄를 선고하면서 검찰과 법원의 갈등이 정점으로 치닫고 있다.

김준규 검찰총장은 선고 직후 대검 검사장들을 모두 불러 긴급 회의를 열었다. 김 총장은 "사법부의 판단에 대해 불안해 하는 국민이 많은 것 같다"며 "나라를 뒤흔든 큰 사태의 계기가 된 중요 사건에 대해 납득하기 어려운 판결이 나와 안타깝다"고 밝혔다. 서울중앙지검은 "상식적으로 도저히 납득할 수 없다"는 격앙된 반응을 보였다.

반면 사법부 수장인 이용훈 대법원장은 이날 법원 판결을 둘러싼 최근의 논란에 대해 사실상 '마이웨이'를 선언했다. 검찰과 법원이 각을 세우는 가운데 정치권이 사법개혁을 선언하고 변호사단체 · 시민단체 등이 가세하면서 갈등은 사회 전반으로 확산되는 형국이다.

서울중앙지검은 "검찰이 공소한 사실을 법원이 상당 부분 판단조차 하지 않고 무죄를 선고했다"며 "(민 단장 등을) 친일 매국노라고 한 데 대해선 명예훼손 성립여부를 따져보지도 않았다"고 밝혔다. 또 "한국인 광우병 발병 가능성이 94%라고 보도한 것은 PD수첩이 후속 보도에서 잘못을 인정했는데도 법원이 허위인지 가리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이어 "물론 민사와 형사는 다르지만 민사는 사실이냐 아니냐가 핵심이고,형사소송에서는 의도가 중요한데 이와도 정면 배치되는 판결"이라고 반박했다. 검찰은 앞서 지난 19일 전주지법이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의 시국선언에 대해 무죄를 선고한 데 대해 노골적인 비판을 자제한 채 PD수첩 선고에 촉각을 곤두세워 왔다. 이번 사건 수사와 공소유지를 지휘한 신경식 서울중앙지검 1차장검사는 "항소심에서 바로잡을 수 있도록 더 노력을 기울이겠다"고 말했다.

한편 이 대법원장은 최근 논란에 대해 "사법부의 독립을 굳건히 지키겠다"는 첫 공식 입장을 밝혔다. 이는 판결을 두고 검찰 등이 쏟아내는 비판에 사실상 대응하지 않고 '사법부의 독립'이라는 원칙대로 대처하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이에 따라 21일 대검과 전국 18개 지검에서 열리는 전국검사 화상회의에서는 용산참사 수사기록 공개와 강기갑 의원 · PD수첩 무죄 판결 등에 대한 검찰의 대처 방안이 비중 있게 논의될 것으로 알려졌다.

이해성/조성근 기자 ih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