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금융지주 회장 내정자의 지위를 포기한 강정원 국민은행장(사진)이 회장 직무대행 자격으로 8일 국민은행과 계열사에 대한 조직 개편 및 임원 인사를 단행했다. 김중회 KB금융지주 사장이 KB자산운용 부회장으로 옮기고 KB금융 계열사 사장 3명이 퇴임한다. 국민은행의 경우 신탁연금그룹을 신설해 부행장을 12명에서 13명으로 늘렸다. 금융업계에서는 당초 예상보다 큰 폭의 인사여서 강 행장이 친정체제 강화에 나섰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감독당국 관계자는 "이번 인사는 강 행장이 원래 하려했던 것"이며 "회장 직무 대행 권한을 충분히 발휘한 것 같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특별히 다른 의미가 있는 것 같지는 않다"고 덧붙였다.

강 행장은 이날 인사에 앞서 전날 김 사장에게 면직을 통보했다. 아무런 방해를 받지 않고 자신의 구상대로 KB금융지주와 국민은행 임원 인사를 단행하기 위해서다. 현행 지주 인사 규정상 은행 부행장 및 계열사 사장단과 임원 인사는 지주 사장과 협의하도록 돼 있다. 자신과 대립했던 황영기 전 회장이 데려온 김 사장을 계열사 부회장으로 전보하는 방식으로 면직시켜 '협의'해야 하는 부담을 덜어낸 것이다.

강 행장은 김 부회장이 떠나간 지주 사장 자리를 당분간 공석으로 두기로 했다. 새로운 사장은 차기 KB금융 회장이 선임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김 부회장은 면직에 관계없이 KB금융지주의 등기이사 자격은 당분간 유지한다. 등기이사 선임이나 면직은 주주총회에서 결정할 사안이기 때문이다. 김 부회장의 등기이사 임기는 내년 9월까지다. 김 부회장은 그러나 새로 선임되는 사장이 등기이사로 주주총회에서 선임되는 시점에 등기이사직에서 물러날 예정이다.

김 부회장은 "자발적으로 사장직에서 물러난 것이 아니어서 당장 KB금융 등기이사 자리를 내놓을 수 없었다"며 "전보 발령은 회장 대행의 정당한 인사권을 행사한 것이어서 순응했지만 권한 외에서 인사이동하는 것은 받아들일 수 없다"고 말했다.

강 행장은 또 국민은행 조직 개편과 함께 본부로 운영되던 신탁 · 연금부문을 그룹으로 격상해 부행장을 12명에서 13명으로 증원했다. 조직 개편에 따라 기존 12그룹,17본부,66부,2실 체제가 13그룹 20본부 66부 2실 체제로 바뀐다.

김옥찬(재무관리그룹) 최행현(신용카드사업그룹) 이경학(여신그룹) 황태성(업무지원그룹) 석용수(HR그룹) 등 5명은 부행장에 새로 임명됐다. 신설된 신탁연금그룹 부행장에는 심형구 마케팅그룹 부행장이 선임됐다. 또 최기의 여신그룹 부행장은 전략그룹 부행장으로,박찬본 업무지원그룹 부행장은 마케팅그룹 부행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국민은행 전략그룹 부행장과 재무관리그룹 부행장을 겸임했던 최인규 부행장과 신현갑 부행장은 각각 지주 전략담당 부사장(CSO)과 재무담당 부사장(CFO)만 맡는다.

강 행장은 개인과 기업 비즈니스별 전문성 개선을 위해 영업그룹 내 기업금융 부문을 분리해 대기업 · 투자금융그룹과 통합,기업금융그룹으로 운영키로 했다. 손영환 대기업 · 투자그룹 부행장이 기업금융그룹 부행장으로 이동했다. 본부장의 경우 26명이 승진 임명됐고 9명이 자리를 옮겼다.

국민은행 측은 이번 인사에 대해 "대외적으로는 금융위기를 조기에 극복하고 내부적으로는 효율적 조직 관리를 통해 안정적인 성장 모멘텀을 마련하기 위해 조직 개편과 인사를 단행했다"고 설명했다.

한편 KB지주는 금융지주회사법 변경에 따라 부사장급인 준법감시인을 신설하고 이민호 전 국민은행 상임법률고문(본부장급)을 선임했다.

김영윤 홍보부장은 상무로 승진해 지주 임원은 기존보다 2명 늘어났다. 당초 이날 단행될 예정이었던 계열사 사장 인사는 다음 주 임시 주주총회를 거쳐 발표키로 했다. KB금융 안팎에서는 KB부동산신탁 KB데이타시스템 KB신용정보 등 3개사의 사장이 교체될 것으로 알려졌다.

강동균 기자 kd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