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정원 국민은행장이 31일 KB금융 회장 내정자를 사퇴하면서 KB금융의 지배구조에 적지 않은 변화가 있을 전망이다.

금융당국 조사를 받은 일부 사외이사가 사퇴 의사를 밝힐 경우 이사회 체계의 전반적인 개편이 이뤄질 가능성도 있다.

강 행장이 감독당국에 미운털이 박혀 차기 회장에서 낙마함에 따라 회장 선임절차는 처음부터 다시 진행돼야 한다.

정상적인 회장 후보 선출과정을 거쳤는데도 고강도 검사를 통해 강 내정자를 사퇴에 이르게 한 것은 감독당국의 월권행위라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어 금융당국 인사를 낙하산으로 내려보내기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대신 당국의 입맛에 맞는 인사를 유력한 후보로 내세울 가능성이 있다.

KB금융지주 이사회를 좌지우지하는 사외이사 구성에도 변화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우선 KB금융 전체 지분의 5.26%를 보유한 국민연금이 사외이사 후보를 내세울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전 대학 총장과 전 경제관료, 행내 출신 인사 등도 차기 회장 후보로 하마평에 오른 상태다.

일부 사외 이사들이 사퇴할 경우 이사회의 전반적인 개편이 불가피한 실정이다.

국민은행의 IT 시스템 계약과 관련해 논란이 된 한 사외이사는 "언제든지 그만둘 수 있다"며 사퇴 가능성을 시사했고 최근 자신이 대표로 있는 회사에서 중도 퇴임한 사외이사의 거취도 주목되고 있다.

사퇴한 사외이사의 다른 빈자리는 주주총회가 열릴 때까지 공석으로 유지하게 된다.

주총 이후 사외이사 선임 때 금융당국 인사는 아니더라도 정부의 편에 설 수 있는 인물로 채워질 가능성이 있다.

금융당국은 사외이사가 권력화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관련 제도개선을 추진하고 있으며, KB금융은 이 영향권에 제일 먼저 들어갈 것으로 보인다.

당국은 사외이사 재임기간에 상한선(5~6년)을 두고 선출과정에서 주주대표들이 참여해 목소리를 내도록 하는 등 다양한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금융업계 관계자는 "KB금융 회장 내정자에 이어 일부 사외이사들까지 동반 퇴진할 경우 지배구조 체제에 변화가 불가피할 것"이라며 "이사회 개편이 은행권 전반으로 확산될 수 있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최현석 김호준 기자 harrison@yna.co.krhoju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