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호산업과 금호타이어가 29일 워크아웃(채권단 주도의 기업 회생절차) 신청을 결정하고 공개 매각에 실패한 대우건설을 산업은행 PEF(사모펀드)에 넘기기로 함에 따라 금호아시아나그룹 일부 주력 계열사들이 산업은행 등 채권단 관리를 받는다.

금호 계열사의 재무구조는 상당히 나쁜 상황이다. 자기자본이 1조1530억원(지난 3분기 말 기준)인 금호산업이 내년 1분기 말까지 상환해야 하는 부채는 1조3580억원이다. 금호석유화학(5750억원),대우건설(1조5650억원),아시아나항공(5850억원),금호타이어(4450억원),대한통운(2080억원) 등 다른 계열사까지 합치면 금호가 내년 1분기까지 갚아야 할 부채는 총 4조7360억원에 달한다. 회사채,대출,지급보증 등을 포함한 금호의 금융권 총 여신은 약 17조원에 이른다. 계열사들의 평균 부채비율만 500%가 넘은 상태다.

이런 상황에서 대우건설을 시장에 공개 매각하면 1조원이 넘는 매각 손실로 인해 금호산업을 포함한 주력 계열사들은 자본잠식에 빠질 가능성이 높다. 어쩔 수 없이 금호산업 등에 대한 워크아웃을 선택한 배경이다. 채권단 75%의 동의를 얻어 워크아웃을 진행하면 일단 대우건설 공개 매각에 따른 매각손으로 인한 자본잠식을 막을 수 있으며 계열사 대부분의 채권 · 채무는 동결된다.

워크아웃과 동시에 산은을 포함한 채권단이 금호산업 금호타이어 등에 대해 3조원가량을 출자전환할 경우 이들 회사의 부채비율은 300% 이하로 낮아진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박삼구 명예회장 등 오너 일가의 지분이 줄어들어 금호산업 등에 대한 경영권은 사실상 채권단 손에 넘어간다. 박 명예회장을 포함한 특수관계인은 지주회사인 금호석유화학 지분 42.24%,금호산업 지분 8.1%를 보유하고 있으나 기업구조조정촉진법에 따라 대주주 지분이 채권단으로 넘어가기 때문이다.

금호의 출자구조는 박 명예회장 등 특수관계인을 정점으로 금호석유화학→금호산업→아시아나항공→대한통운 등으로 이어진다. 금호산업 경영권을 넘기면 자연스레 대부분 계열사에 대한 경영권을 잃는 구조다.

출자전환 후 채권단 주도로 구조조정을 추진하되 경영 정상화 이후 박 명예회장 등 오너 일가에 주식 우선매수 청구권을 통해 경영권을 되돌려주거나,금호석유화학 등 일부 계열사에 대한 경영권을 보장하며 대주주의 사재 출연을 요구하는 방안도 추가 거론되고 있다.

금호는 일부 계열사의 워크아웃을 통해 급한 불을 끈 뒤 금호석유화학과 아시아나항공 대한통운 등 일부 계열사를 중심으로 사업구조를 재편할 방침이다.

작년 말부터 매각을 추진했던 금호생명은 최근 칸서스자산운용에 4000억원을 받고 팔기로 했지만 칸서스 측이 대금 납입을 포기,산은 PEF가 인수할 예정이다.

금호 구조조정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최근 박 명예회장과 민유성 산은지주 회장이 만나 주식 우선매수 청구권이나 금호석유화학 등 일부 계열사에 대한 경영권 보장 등을 협의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금호 계열사 전반에 대한 워크아웃 및 출자전환이 이뤄지면 산은 등 채권단 주도의 강력한 구조조정 작업이 진행될 전망이다.

금융당국 고위 관계자는 "금호의 결단만 남은 상태"라며 "금호는 내일(30일) 오전까지 산은과 최종 조율 과정을 거친 후 구조조정 방안에 대해 공식 발표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장창민/이심기 기자 cmj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