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랍에미리트(UAE) 원자력공사(ENEC) 최고경영자(CEO)인 모하메드 하마디 사장(34)은 한국전력에 400억달러(4기) 원전 공사를 발주하는 과정이 얼마나 투명했고 공정했는지를 설명하기 위해 24시간의 짧은 일정으로 29일 서울에 왔다.

그는 한전이 수주하게 된 결정적인 요인은 한전이 30년간 원전을 운영하면서 국내외에 보여준 안전성이라고 밝혔다.

하마디 사장은 이날 삼성동 인터콘티넨탈호텔에서 김쌍수 한전 사장과 공동으로 한 기자회견에서 "지난 1년간 국내외 전문가들이 총동원돼 최종후보로 올라온 한전,프랑스 아레바 컨소시엄,미 · 일 컨소시엄 등 3곳을 심사한 결과 안전성,적기 인도 여부, 신뢰성 등에서 한전이 UAE가 세운 기준에 가장 가까웠다"고 강조했다. 하마디 사장은 " 건설능력과 운영능력,기술,예산, 법적 · 산업적인 부분 등 모든 면을 철저히 평가한 결과 한전을 파트너로 삼을 수밖에 없었다"고 덧붙였다.

이번 UAE의 원전 발주는 중동에서 처음이다. 하마디 사장은 "UAE가 처음 시작하는 데다 전체 4기 중 1기가 2017년 건설이 끝나게 돼 있어 세계 기록이 될 것"이라며 "이웃나라 원전 산업의 모델이 될 것이라고 믿는다"고 말했다. UAE는 작년에 발표한 백서에서 친환경적인 원전 도입으로 2020년까지 전체 에너지 수요의 25%를 원전으로 충당하기로 했다. 전력 수요가 늘어나면 원전을 더 늘린다는 계획도 갖고 있다.

그는 "이 같은 장기계획에 따라 결정한 이번 계약은 한전뿐 아니라 한국과도 파트너십을 맺은 것"이라며 "국가 차원의 관계 강화에도 기여할 것"이라고 기대했다. 하마디 사장은 "오전에 청계천에 가 이명박 대통령이 바꿔놓은 현장을 둘러봤다"며 "그동안 한국을 수차례 찾았고 앞으로 자주 방문할 것이기 때문에 한국은 나의 제2의 고국"이라고 말했다.

자리를 함께한 김 사장은 "직원들이 거의 매주 UAE에 가서 한 가지 공사라도 빨리 하겠다는 약속을 해줬고 그 과정에서 신뢰가 쌓인 게 한전이 수주하게 된 배경인 것 같다"고 설명했다. 그는 "10년간 건설하고 60년간 운영하기 때문에 UAE와 한국 간에는 70년간 형제 관계가 맺어졌다"며 "이제 중요한 것은 정확하게 납기를 맞추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전체 수주 금액 400억달러 중 일괄건설계약 200억달러 외에 60년간의 운영 · 보수 추정금액인 200억달러가 적정한지에 대한 질문이 나왔다. 200억달러가 정확하지 않다는 의문이 있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김 사장은 원전의 수명이 다하는 60년간 연료를 공급하고 주요 기자재를 교체하고 인력을 양성해주는 모든 비용을 감안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는 60년간 거둘 것으로 예상한 운영수입 200억달러가 상황에 따라 바뀔 수도 있다는 것이다.

컨소시엄으로 참여한 것으로 보도된 두산중공업,현대건설,삼성물산 등의 역할에 대해서도 논란이 있었다. 김 사장은 "이번 수주는 한전이 단독 계약자로 참여했으며 정확한 의미로는 컨소시엄이 아니다"고 설명했다. 이들 기업은 한전의 파트너이면서 하청업체 자격으로 한전의 요청에 따라 공사에 참여하게 된다. 한전과 한 팀으로 공사를 하지만 이들 기업이 한전과 별도의 계약을 맺은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김 사장은 2012년 개교를 목표로 국제원자력대학원대학을 세우기로 했다고 소개했다. 100명 모집에 50명은 내국인,50명은 외국인으로 채운다. UAE 인력도 이곳에서 한국의 선진 기술을 배울 것으로 예상된다.

고광철 부국장 겸 경제부장 gw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