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 아랍에미리트(UAE) 수출에 성공한 한국형 원전 APR1400은 오랜 시간에 걸친 우리나라 원자력 육성정책의 집약체다.

APR1400은 원전 선진국 진입을 목표로 지난 1992년 시작한 `차세대 원자로 기술개발 사업'을 통해 만들어졌다.

기존 한국형 원전인 1천㎿급 OPR1000보다 안전성과 경제성을 10배 강화한 1천400㎿급 신형경수로 원전으로, 99년 기본 설계를 완료하고 2002년 국내 표준설계인가를 받았다.

국내에서는 지난 2007년 신고리 3,4호기에 처음으로 건설됐다.

발전단가는 석탄 50만㎾발전과 비교할 경우 20% 우위를 차지하며, 설계수명은 60년, 건설공기는 54개월이다.

노심 손상빈도는 100만년에 1회 미만 수준으로 획기적으로 낮췄다.

APR1400은 특히 ㎾당 건설 단가가 2천300달러 수준으로, 프랑스 EPR(2천900달러) 일본 ABWR(2천900달러) 미국 AP1000(3천582달러) 등 동급 3세대 원전 가운데 가장 높은 경제성을 자랑한다.

안전성 측면에서도 프랑스의 능동형 안전계통과 미국의 피동형 안전계통의 장점만을 채택한 복합 안전계통(Hybrid Safety System)을 채택, 상대적으로 가장 우수한 안전성을 확보했다.

동급 최강의 경제성과 안전성을 확보한데다, 공기까지 경쟁국보다 짧아 이번 입찰에서 여러모로 우위를 점할 수 있었던 것이다.

물론 남는 과제도 있다.

아직까지 기술자립도가 95%에 머물고 있어 원전설계코드와 원자로냉각재펌프(RCP), 원전제어계측장치(MMIS) 등 일부 핵심기술은 해외에 의존해야 하는 상황이다.

원전설계코드는 안전해석 코드와 노심설계 코드로 이뤄진 소프트웨어로서 원전에서 발생 가능한 모든 사고를 예측하고, 한 주기(18개월) 동안 핵연료의 모든 상황을 예측해 핵연료 장전량을 결정하는 핵심 기술이다.

원자로냉각재 펌프는 냉각수를 강제로 원자로에 주입시켜 핵반응을 통해 발생하는 열을 제거하는 역할을 하며, 원전 제어 계통은 터빈설비의 움직임을 정확하게 계측하는 등 모두 원전설계의 요체 중의 요체다.

이 때문에 해외 수출시 기술이전을 요구할 경우 원공급사의 동의를 받아야 하는 한계가 있는 게 사실이다.

실제 2004년 중국, 2007년 남아프리카 공화국 원전 입찰에서 기술이전 요청을 수용하지 못해 원천 배제되는 수모를 당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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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는 2012년까지 미자립 핵심기술을 개발, 토종 신형 원전인 APR+를 조기 완성해 신규건설되는 신울진 1,2호기에 시범 적용할 계획이다.

이와 함께 유럽시장을 목표로 한 유럽형 APR1400과 미국시장을 목표로 미국 규제기관 표준설계 인가 획득도 추진중이다.

서울대 원자핵 공학과 이은철 교수는 "국산화하지 못한 나머지 기술은 충분히 자체개발 능력이 있지만 선진국이 선점하는 바람에 어쩔 수 없이 빌려써야 하는 것들"이라며 "곧 한국 고유 기술이 개발될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김경희 기자 kyunghe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