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업활동을 통해 번 돈으로는 빚도 갚기 힘든 대기업이 많아진 것으로 분석됐다. 앞으로 대출금리가 상승할 경우 이들 대기업과 금융회사가 동반 부실에 빠져 금융시장에 충격을 줄 것으로 우려된다.

LG경제연구원은 '2010년 국내외 금융리스크'라는 보고서에서 글로벌 금융위기 전보다 대기업집단(주채무계열)의 이자보상배율이 낮아졌다고 27일 밝혔다. 이자보상배율은 영업이익을 이자비용으로 나눈 것으로 이 비율이 1보다 낮으면 영업이익보다 대출이자가 더 많다는 것을 뜻한다.

보고서에 따르면 41개 대기업집단 중 올해 1~3분기 실적을 기준으로 이자보상배율이 1 이하인 곳은 12개로 지난해 같은 기간의 7개보다 5개 증가했다. 이자보상배율이 1 이하인 대기업집단 중 7개는 이 비율이 마이너스인 것으로 나타났다.

보고서는 "부채상환 능력이 낮은 기업들은 대부분 수익창출 능력이 약하고 차입금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 금융비용 부담이 더욱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며 "대기업집단 소속 기업들은 지분 관계로 서로 얽혀 있어 한 기업의 부실이 다른 기업의 부실로 파급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가계부채 증가도 불안 요인으로 지적됐다.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 가계의 가처분소득 대비 부채는 2004년 이후 꾸준히 상승,3분기 말 현재 1.35에 이른다. 보고서는 우리나라 가계대출 중 변동금리형 대출과 일시상환형 대출의 비중이 높아 금리 상승 위험에 노출돼 있다고 분석했다. 또 가계 총자산의 70~80%가 부동산으로 구성돼 있어 금리 상승에 유연하게 대처하기가 어렵다고 진단했다.

이와 함께 달러화 위안화 등 주요국 통화 가치의 급변 가능성,선진국 출구전략의 파급 효과,동유럽과 중남미의 국가 신용 위기,선진국 국채시장 불안,미국 상업용 부동산 부실 등이 국내외 금융시장의 불안 요인으로 꼽혔다.

금융감독원도 이날 발표한 '2010년 금융리스크 분석' 보고서에서 대출 금리 상승이 기업의 이자부담 증가로 이어지면서 중소기업을 중심으로 한 잠재 부실이 현실화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금감원은 또 출구전략이 실행되면 단기 유동성이 축소되면서 금융회사의 건전성이 악화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 밖에 원화 강세(환율 하락)에 따른 수출 기업 채산성 악화,미국의 출구전략 시행 시 외국인 투자자금의 유출 가능성 등이 내년 금융시장의 위험 요인으로 꼽혔다. 대외적으로는 세계 경제 회복 지연,신흥국 자산시장의 거품 붕괴 등이 위험 요인으로 지적됐다.

유승호 기자 ush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