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구조조정과 인수합병(M&A) 촉진을 위한 기업인수목적회사(SPAC) 제도가 본격 도입됐지만 미비점들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증권사나 투자자들은 이런 미비점을 피해가며 SPAC 설립을 위해 잰걸음을 하고 있지만 앞뒤 안맞는 제도들이 하루빨리 개선되지 않으면 SPAC 관련 시장이 제대로 자리잡지 못할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27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증권사의 SPAC에 대한 투자 지분 관련 규정이 가장 먼저 거론되는 허점이다.

지난 21일부터 시행된 SPAC 상장 규정에 따르면 자기자본 1천억원 이상 증권사가 SPAC의 대표 발기인으로 참여할 때 적어도 5% 이상 지분을 보유해야 한다.

하지만 이 경우 기존 관련 법규에 따라 증권사는 5% 이상 지분을 보유할 때 금융위원회의 승인을 받아야 하는 것은 물론 자신이 참여한 SPAC의 상장 주관 업무를 단독으로 맡을 수도 없다.

SPAC가 설립되더라도 세제상 불이익 때문에 설립 이후 1년 동안은 실제로 M&A가 성사되지 않을 것이라는 지적도 있다.

현행 법인세법은 합병등기일 현재 1년 이상 사업을 영위하던 국내 법인 간 합병에 대해 큰 폭의 세제 혜택을 주는데, 조금이라도 수익을 높이려는 투자자들의 입장에서 이는 무시할 수 없는 요인이기 때문이다.

제도상 미비점이라고 보기는 어렵지만, SPAC가 투자 대상 기업을 명시하지 못하고 '… 관련 업종'이라고만 밝힐 수 있는 점이나 조성한 자금의 80% 이상에 해당하는 가치를 가진 기업만 인수할 수 있도록 한 규정 역시 SPAC 활성화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게 증권업계의 지적이다.

SPAC 설립때 투자한 사람들은 어떤 회사를 인수할지 알기 어렵게 되고, 많은 투자자금을 유치한 SPAC가 현재 기업 가치는 작지만 우량한 중소기업을 인수할 수 없게 되기 때문이다.

SPAC 관련 실무를 맡고 있는 한 대형 증권사 관계자는 "초기 시장을 선점하고 새로운 수익원을 창출한다는 의미에서 SPAC 투자에 나서고 있지만 앞뒤가 안맞는 제도들이 너무 많다"며 "하루빨리 제도 개선이 이뤄지지 않는다면 투자자들이 SPAC에 매력을 갖지 못하게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서울연합뉴스) 김세진 기자 smil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