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에는 보험 관련 소비자보호 제도가 대폭 강화된다. 금융위기 와중에 불거진 보험사들의 잇따른 절판 마케팅,독립보험 대리점(GA)에 의한 과잉판매 등 보험 불완전판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금융당국이 관련 제도를 전반적으로 손을 보고 있기 때문이다.

새로운 상품도 대거 등장한다. 요일제 자동차보험이 도입돼 8.7%의 보험료가 후(後)할인되고 자동차사고 할증기준도 기존 50만원 단일기준에서 50만원,100만원,200만원 등으로 다양화된다. 또 사업비 후취제 보험,80세까지 가입이 가능한 종신보험,녹색보험 등 새로운 상품 도입도 주목되는 움직임이다.


◆새로운 보험 상품 쏟아진다

내년 1월부터 승용차요일제에 참여한 자가용 운전자를 대상으로 보험료 할인폭을 8.7%로 확대한 새 요일제 자동차보험이 나온다. 이 상품은 △할인율을 전체 보험료의 8.7%(회사별로 상이)로 높였으며 △1년 계약 기간에 요일제 3회 위반까진 약정을 지킨 것으로 인정해주고 △운행하지 않기로 한 요일에 교통사고를 내도 자손 · 자차 사고를 보상해준다.

자동차보험료(자차 · 대물) 할증 기준도 내년 1월부터 개선된다. 현재 자기차량 손해 및 대물사고 발생시 수리비가 50만원을 초과하면 보험료가 할증되지만 앞으로는 할증 기준금액이 50만원 · 100만원 · 150만원 · 200만원 등으로 나눠져 가입자가 선택하면 된다. 약 8000원의 보험료를 더 내면 할증 기준금액의 최고한도인 200만원으로 설정할 수 있다.

변액보험을 대상으로 4월부터 판매 수수료를 초기에 떼지 않고 계약 기간 동안 조금씩 나눠 내거나 중도해약 시에 내는 '판매 수수료 후취'제도가 허용된다. 이렇게 되면 보험료를 주식 채권 등에 투자하는 변액보험의 경우 초기 투자 원금이 많아져 주가 상승 시보다 높은 수익률을 기대할 수 있다. 지금은 소비자가 보험에 가입할 때 곧바로 판매 수수료를 떼고 나머지 금액을 투자하기 때문에 원금 회복에 상당한 시간이 걸렸다.

내년 2~3월께 60세가 넘는 고령자도 가입할 수 있는 종신보험이 출시될 전망이다. 보험사는 그동안 60세가 넘으면 종신보험을 팔지 않았다. 보험감독규정이 '피보험자의 사망보험금은 해약 환급금 및 이미 납입한 보험료 이상이어야 한다'고 규제했기 때문이다. 고령자는 사망 위험이 큰 만큼 상대적으로 많은 보험료를 내야 하기 때문에 납부 보험료가 사망보험금보다 많아질 수 있었다.

그러나 지난 7월 금융위원회가 '납입 보험료가 사망보험금의 1.5배 수준을 넘지 않도록' 규정을 완화해 60세를 넘은 사람도 종신보험 가입이 가능해졌다.

◆소비자 보호 대폭 강화

충동적 구매를 방지하기 위해 내년 4월부터는 홈쇼핑 케이블TV 등을 통해 보험에 가입하면 이후 한 달 동안 철회할 수 있게 된다. 통상 보험계약은 청약일이나 첫 회 보험료를 낸 날부터 15일 이내에 철회할 수 있다. 그러나 금융당국은 전화 우편 컴퓨터 등 통신판매 보험에 대해서는 청약한 날로부터 30일 이내에 철회할 수 있도록 숙려 기간을 두 배로 늘리기로 했다.

특히 보험기간이 5년을 넘는 통신판매 보험에 대해선 '품질보증 제도'를 통해 해지할 수 있는 기간을 현행 3개월에서 6개월로 확대한다. '품질보증 제도'란 보험사가 고객과 보험을 계약하면서 △약관,청약서 부본 전달 △약관의 중요 내용 설명 △계약자의 청약서 자필서명 등 3대 이행사항을 지키지 않았을 때 고객이 청약일로부터 3개월 내에 계약 취소를 요청하면 이미 낸 보험료와 이자까지 돌려주도록 한 제도다.

고객은 보험 약관을 계약 체결 시점이 아닌 청약 시점에 받을 수 있게 된다. 통상 소비자들은 설계사의 설명만 듣고 청약을 하게되는데 이때 보험약관을 교부하도록 하면 소비자가 자신이 가입하는 보험에 대한 내용을 좀 더 상세히,그리고 충분히 알 수 있게 된다. 또 내년 4월부터 생명보험 가입자가 자해로 중상을 입었을 때 보험금을 못받게 된다.

◆보험업법 '태풍의 핵'

현재 국회에선 보험업법 개정안을 심의하고 있다. 보험사에 대한 지급결제권한 부여,보험판매전문회사 도입,보험 판매에 있어 '적합성 원칙'도입 등을 규정한 보험업법이 내년 초 국회를 통과할 경우 상당한 파장이 예상된다.

즉시 나타날 큰 변화는 보험 판매분야다. 보험업법 개정안 95조3항에는 '적합성의 원칙'이 규정돼 소비자의 소득이나 보험계약 목적,과거 보험계약 경험 등을 파악해 부적합한 보험상품을 권유할 수 없도록 하고 있다. 이를 지키지 않으면 불완전 판매로 간주된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적합성의 원칙을 지키려면 소득 등 개인정보를 수집해야 한다"며 "영업하기가 매우 어려워질 것"이라고 말했다. 금융위는 '적합성의 원칙'을 투자성 보험상품인 변액보험에 우선 적용하고 확대 여부는 추후 고려하기로 했다.

홈쇼핑 등을 통한 허위 또는 과장 광고의 경우 수입보험료의 20%까지 과징금을 물릴 수 있도록 규제기준(96조 2항)이 포함됐다. 고의적인 보험금 지급지연이나 불지급 등 기초서류 준수의무 위반의 경우 업무정지 등 행정처분을 내릴 수 있도록 했다.

김현석 기자 reali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