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경제연구기관들과 국제기구 등이 전망하는 내년 한국경제 성장률은 3~5% 사이다. 한국 경제의 회복세가 뚜렷해지면서 성장률 전망치를 경쟁적으로 높이는 추세다. 출구전략(유동성 회수)의 시행 시기에 대해서도 연구기관마다 의견이 엇갈린다.

출구전략에 대해 군불을 지피는 곳은 한국개발연구원(KDI)과 한국은행이다. KDI는 지난달 발표한 경제전망에서 우리나라 경제가 내년에 5.5% 성장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KDI가 이토록 높은 성장률을 확신하는 것은 세계 경제가 점진적인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미국 경제가 1.5% 성장하는 등 주요국이 마이너스 성장에서 벗어나 세계경제가 3% 안팎의 성장률을 기록할 것이라는 전제를 깔고 있는 것.때문에 KDI는 늦어도 내년 상반기에는 출구전략을 가시화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내년 한국 경제가 4.6% 성장할 것으로 전망한 한국은행도 출구전략에 대한 필요성을 우회적으로 표현하고 있다. 이성태 한은 총재는 지난 10일 금융통화위원회 회의 직후 "통화정책은 문제가 이미 발생했을 때 대책을 쓰면 늦다"며 선제적으로 기준금리를 인상하겠다는 입장을 에둘러 표현했다.

하지만 이들도 미국 경제를 비롯한 세계경제의 회복세가 주춤할 가능성이 있다는 점을 인정하고 있다. KDI는 "만일 환율이나 원자재 가격이 급변하는 등 세계경제를 둘러싼 여건이 악화되면서 세계경제 회복이 지체되면 한국 경제도 예상 수준을 하회할 가능성이 존재한다"고 밝혔다.

기획재정부는 당분간 경기확장 정책의 기조를 유지한다는 방침이다. 정부는 소비 및 투자가 양호한 증가세를 나타내면서 내년도 성장률이 5.0%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했지만 유가와 환율 등 세계경제 환경의 악화 가능성에 무게를 뒀다.

삼성경제연구소도 출구전략에서는 정부와 입장을 같이하고 있다. 삼성경제연구소는 11월 우리나라의 내년도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지난 9월에 발표한 것보다 0.4%포인트 상향 조정한 4.3%가 될 것으로 내다봤다. 소비와 투자도 내년에 뚜렷한 회복세를 보일 것으로 기대했지만 출구전략을 본격적으로 추진하기에는 위험 부담이 크다고 판단했다. 연평균 원 · 달러 환율은 올해 달러당 1276원에서 내년에는 1100원까지 내려가 원화가치 상승에 따른 압박이 심해지고 국제 유가도 두바이유 기준으로 배럴당 61달러에서 83.9달러까지 상승할 것으로 내다봤기 때문이다.

다른 민간연구소들도 전망치를 상향 조정했다. 현대경제연구원은 내년도 한국경제 성장률을 기존의 3.9%에서 4.5%로 높였고 LG경제연구원도 이달 들어 종전의 4.2%에서 4.6%로 올려잡았다. 두 연구소 모두 출구전략에 대해 직접적인 언급을 하진 않았지만 적어도 내년 하반기가 돼야 고비를 넘길 것으로 예상했다.

국내 연구기관보다는 평균적으로 낮은 수치이긴 하지만 국제기구들도 한국의 내년도 성장률을 상향 조정하고 있다. 지난달 세계은행과 OECD는 내년 한국경제성장률을 각각 3.7%와 4.4%로 전망했다. 이달 8일 내놓은 IMF는 4.5%였다. 특히 OECD는 내년 30개 회원국 중 한국이 최고의 성장을 할 것으로 내다봤다.

박신영 기자 nyus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