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회복세를 반영해 정부는 물론 경제 연구기관들이 우리나라의 내년 경제 성장률 전망치를 잇따라 상향 조정하고 있다. 국제통화기금(IMF)이나 경제개발협력기구(OECD) 세계은행(WB)등 국제기구들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성장률 전망치는 기관마다 둘쭉날쭉이다. 전망을 가장 낮게 본 세계은행(3.7% 전망)과 가장 낙관적인 전망을 내놓은 한국개발연구원(KDI,5.5% 전망)의 성장률 전망 차이는 1.8%포인트에 달한다.

성장률 전망치가 이처럼 기관마다 제각각인 이유는 무엇일까. 황인성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은 "경제를 예측하는 것은 변수가 많고 복잡한 연립방정식을 푸는 것과 같다"며 "연립방정식을 구성하는 각각의 방정식을 어떻게 짜느냐에 따라 그 결과는 다르게 나올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유가 세계경제 등 외생변수 예측이 중요

내년 경제를 예측하기 위해선 먼저 각종 외생변수들이 어떻게 움직일 것인지를 가늠해야 한다. 외생변수란 우리나라 경제와는 무관하게 움직여 직접적인 통제가 불가능하지만 우리나라 경제에는 상당한 영향을 미치는 것들을 말한다. 국제유가 등 원자재 가격,미국 중국 등 주요 국가들의 경제성장률,아시아 등 지역별 성장률,세계 물가 등이 대표적인 외생변수다.

우리나라의 경우 내수보다는 수출의존도가 높은 소규모 개방경제(small open economy)성격을 갖고 있는 탓에 '외부에서 주어진 값'에 영향을 크게 받는다. 때문에 개별 외생변수에 대한 전망은 반드시 필요하다. 외생변수 값을 매기는 데 필요한 유가와 세계경제 성장 전망 등은 유수의 국제기구에서 내놓는 수치를 그대로 인용하는 경우가 많다.

정부의 지출도 외생변수로 간주된다. 통제가 어느 정도 가능한 변수이지만 물가나 소비,투자,수출입 등 내생변수들에 직 · 간접적인 영향을 주는 요인이기 때문이다. 정부 지출은 보통 당해연도 이전에 국회에서 예산안을 확정하기 때문에 이미 정해진 수치다. 하지만 올해 상반기처럼 경기침체를 타개하기 위해 대규모 추가경정예산(기존 본예산 외에 추가로 편성하는 예산)을 편성하면 성장률에도 영향을 미친다. 재정투입이 늘어나는 만큼 성장률에 플러스 효과가 있기 때문이다.

실제 올해의 경우 30조원에 가까운 추경예산을 편성,기업 투자지원 및 일자리 창출 등에 투입한 결과 2분기와 3분기 성장률이 예상보다 높게 나왔다.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에서 결정하는 콜금리도 경기예측모형에서는 외부변수로 분류된다. 한국은행이 콜금리를 대폭 인상하거나 인하할 경우 자산시장은 물론 소비 투자 등에도 영향을 미치는 만큼 성장률도 달라진다.

환율은 경우에 따라서 외생변수 또는 내생변수로 쓰인다. 달러와 엔화 등 국제통화 가치에 영향을 받는다는 점에서는 외생변수 측면이 있지만 국내 경기요인들에 의해 영향을 받는다는 점을 감안하면 내생변수로도 볼 수 있다.

◆성장률 예측은 연립방정식 푸는 것

외생 변수들의 값을 정하고 나면 경기예측모형 프로그램에 내생변수들의 값까지 집어넣어 컴퓨터를 돌린다. 경기예측모형은 연구기관별로 조금씩 다르지만 경제변수들의 관계를 설정한 연립방정식이란 점에서는 똑같다.

경기예측모형에 집어넣는 변수들의 숫자는 기관마다 다르다. 계량경제학이 발달했던 1960년대와 1970년대에는 보통 200~300개의 변수를 썼다. 하지만 최근에는 모형에 들어가는 변수들이 100개 이내로 줄었다. 한국은행과 KDI,삼성경제연구소 등은 50~80여개의 변수를 사용하고 있다. 이들 변수 간의 값을 매기고 상호 연관성을 분석하는 데 동원되는 방정식 개수만도 20~30개에 달한다. 물론 연구자들이 손으로 직접 방정식을 푸는 것이 아니라 정해진 모형에 값을 집어넣으면 컴퓨터가 자동 계산한다.

연립방정식을 풀고 나면 이번에는 시계열 분석 방법을 통해 검증 걸차를 거친다. 예컨대 GDP(국내총생산) 성장률 추이가 어떤지,소비심리는 개선되는 흐름을 보이고 있는지,산업활동동향은 어떤지 등을 분석한다. 분석 기간은 연간이 될 수도 있고 경우에 따라선 분기나 월간 지표 추이도 봐야 한다. 연립방정식 결과가 이런 추세와 동떨어진 것으로 나올 경우 방정식을 다시 돌려야 하는 일이 생길 수도 있다.

신석하 KDI 연구위원은 "경기예측 모형에 들어가는 변수가 많다고 해서 전망치의 정확도가 높아지는 것은 아니다"며 "특정 정책이나 경제 현상에 대한 사람들의 반응이 예전보다 더 중요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전문가집단 검증과정 거쳐야

경기예측모형으로 성장률 전망치가 나오면 검증 과정을 거쳐야 한다. 경기예측모형에서 산출된 수치와 전문가의 의견이 상충되면 조정 과정을 거친 뒤 다시 모델을 돌리게 되며,이 같은 과정을 반복한 후 최종적으로 성장률 전망 수치가 나오게 된다.

경제 성장률은 1년에 보통 두 차례 정도 수정 발표된다. OECD도 매년 3월과 11월에 자체 전문가집단을 통해 세계 각국의 성장률 전망을 분석한 후 각국 경제정책 담당 관료들의 검증 과정을 거친 후 발표한다. 이 같은 과정을 거치더라도 전망은 어디까지나 전망일 뿐이다. 예상치 못한 변수들이 워낙 많아 실제 성장률은 전망치와 다를 수밖에 없다.

정종태 기자 jtch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