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의 파업 에너지 현대차 글로벌화에 쏟아붓자"
"무파업 임단협 타결이라는 현대자동차 노사 협상 역사상 가장 의미있는 족적을 남겼습니다. 그동안 파업에 낭비한 에너지를 노사 상생을 바탕으로 한 글로벌 경쟁에 쓸 수 있게 됐습니다. "

24일 현대자동차 노조의 올해 임단협 잠정 합의안이 62.2%의 높은 찬성률로 가결됐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울산공장 일반 조합원들은 이구동성으로 "노조가 회사 발전을 위해 새로운 전환점을 마련해야 할 때"라고 한목소리를 냈다. 노사 합의안에 대한 강성 조직들의 줄기찬 반대 공세와 압박에도 불구하고 임단협 안이 가결되자 조합원 스스로도 뭔가 해냈다는 자부심에 찬 표정들이었다.

◆파업의 악순환 고리 끊는다

현대차 노조가 1987년 설립 이후 22년간 크고 작은 파업에 들어가면서 회사에 입힌 손실은 가히 천문학적이다. 파업일수만 1년 365일에서 3일 모자란 362일에 이르고 차량손실 대수는 110만9000여대,파업 손실은 11조6000여억원에 달한다.

노조 안팎에서는 "이번 임단협 타결은 중도실리 노선으로 당선한 이경훈 집행부가 파업 악순환의 고리를 걷어내고 노사 상생의 새로운 전환점을 마련한 것"이라며 이를 통해 변화의 중심에 서야 한다는 여론이 확산되고 있다.

조합원들은 부결 운동을 벌인 강성 조직의 압박에도 꺾이지 않고 끝까지 밀어붙인 이 지부장이 여세를 몰아 회사의 글로벌 경쟁력 향상에도 힘을 보태야 한다는 목소리를 냈다.

합리적 노동운동을 지향하는 '낮은소리모임'의 김재근 의장(51)은 "62%가 넘는 찬성률은 조합원들이 투쟁 일변도 노동운동에 얼마나 많이 염증을 느끼고 있는지 재확인한 것"이라며 "노조가 이런 조합원의 뜻을 철저히 받아들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역경제도 고려하는 노조돼야

울산의 자동차부품 협력업체들은 "이번 타결로 현대차 조합원들은 1인당 1600만~1700만원의 목돈을 쥐게 됐지만 협력업체 근로자들은 그렇지 못해 상대적 빈곤감을 갖고 있다"면서도 "앞으로 중소 협력업체 근로자와 상생할 수 있는 기반을 강화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경주의 한 협력업체 사장은 "현대차 노조 파업 때마다 공장 가동이 중단돼 근로자들이 임금 손실을 보았다"며 "이번에 무파업 타결이 이뤄짐에 따라 협력업체의 영업 여건도 크게 좋아질 것"이라고 기대했다. 울산시는 "이번 임단협 타결을 계기로 현대차와 협력업체가 공동으로 추진하고 있는 녹색 그린카 개발에 적극 힘을 보태주면 울산 경제에도 크게 기여하는 상생의 노조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해결 과제

현대차 노조가 영구 노사 상생을 통해 현대차의 글로벌 공격경영에 기여하기 까지는 안팎으로 해결해야 할 과제가 남아 있다.

노동전문가들은 무엇보다 노조 내부의 고비용 저효율 교섭 구조부터 개선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현대차는 노사교섭 위원이 각각 25명에 달해 해마다 협상 때가 되면 울산공장과 아산공장,전주공장, 판매,정비 등 25명에 이르는 각 부문 회사 중역들이 모조리 노조와의 협상에 매달려야 한다. 생산성 향상이 제대로 될 리 없다는 설명이다.

이에 반해 현대중공업은 노사교섭 인원이 현대차의 절반에 불과하다. 또 현대중공업 노사는 실무교섭을 충실히 한 후에 전체 교섭대표가 참여하는 본교섭을 벌이기 때문에 해마다 수십 차례의 본교섭을 벌이는 현대차 노조와는 확연한 차이를 드러내고 있다.

외부적으로는 내년에 시행에 들어가는 노조 전임자 임금 지급 금지 문제와 관련 대정부 투쟁을 이미 선언한 민주노총과 금속노조의 투쟁 방침에 현대차 지부가 행보를 같이할지 여부가 향후 노사관계의 새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울산=하인식 기자 ha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