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드만삭스를 위해 '신의 일(God's Work)'을 한 위험관리의 대가. 하지만 누구에게도 사랑받지 못한 남자."

파이낸셜타임스(FT)는 24일 '2009년 올해의 인물'로 로이드 블랭크페인 골드만삭스 최고경영자(CEO · 55 · 사진)를 선정하면서 그를 이렇게 평가했다. 지난 11월 블랭크페인이 "금융사는 '신의 일'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가 여론의 뭇매를 맞았던 일을 살짝 비꼰 것이다.

올해 블랭크페인만큼 찬사와 비난을 한몸에 받은 사람도 드물었다. 그는 금융위기에서 정부의 구제금융을 받고 가까스로 살아남은 골드만삭스를 월가의 독보적인 금융사로 성장시켰다. 세계 M&A(인수 · 합병) 시장에서 총 6326억달러에 달하는 272건의 M&A를 성사시키며 모건스탠리와 JP모건체이스 등 경쟁사를 멀찌감치 따돌렸다. 하지만 올해 3만1700여명의 임직원들에게 총 230억달러의 거액 보너스를 뿌리기로 결정하며 "탐욕의 극치를 보여줬다"는 거센 비판을 받기도 했다.

'인간 블랭크페인'의 인생도 상당히 드라마틱하다. 1954년 뉴욕에서 가난한 유대인 우체국 직원의 아들로 태어난 블랭크페인은 브루클린 빈민가에서 어린 시절을 보냈다. 가진 것이라곤 뛰어난 머리밖에 없었던 그는 장학금을 받고 하버드대 사학과에 입학한 뒤 로스쿨에 진학했다. 골드만삭스와 모건스탠리의 입사시험에서 낙방했던 블랭크페인은 소규모 로펌을 거쳐 원자재 투자회사 J.아론에 입사했고,1982년 J.아론이 골드만삭스에 합병되면서 '뒷문'을 통해 골드만삭스의 직원이 됐다. 신입사원 때 창구에서 금화 파는 일부터 시작한 블랭크페인은 원자재 거래 부문에서 두각을 나타내며 실력을 인정받아 2006년 CEO까지 올랐다.

블랭크페인의 라이벌이자 절친한 친구인 존 맥 모건스탠리 CEO는 "블랭크페인은 매우 사교적이고 유머와 에너지가 넘치는 사람"이라며 "어떤 결정을 내리든 매우 분석적으로 접근한다"고 평가했다. 미국 사모펀드 블랙스톤의 스티븐 슈워츠먼 CEO는 "블랭크페인은 매우 민첩하고 적응력이 빠르다"며 "그는 세상을 자기가 보고 싶은 대로 보는 대신 있는 그대로 관찰한다"고 말했다.

이미아 기자 mi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