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토목.공공 수주감소 속 건축.민간 부문 증가 전망
해외수주 `꿈의 500억 달러' 첫 돌파할 듯


새해 건설업계는 금융위기 여파에서 벗어나겠지만 금융위기 이전 수준의 호황을 기대하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건설수주액은 올해보다 소폭 늘겠지만 금융위기 이전 수준에는 못 미치고 대형 토목공사 등 공공부문의 발주도 대폭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민간 부문의 건설 수주는 증가할 전망이지만 주택시장의 경우 불안요소가 많아 건설사들은 당분간 상대적으로 전망이 밝은 해외수주 확대에 주력할 것으로 예상된다.

◇토목-건축, 공공-민간 부문 양극화 = 내년도 국내 건설 수주는 작년 대비 소폭 성장이 예상되는 가운데 공공과 민간, 토목과 건축 부문 간의 실적이 엇갈릴 전망이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에 따르면 내년도 전체 예상 건설수주 물량은 총 115조8천억원에 이를 것으로 예측됐다.

이는 올해의 111조8천억원보다 3.6% 증가한 것이지만 2008년의 120조1천억원, 2007년의 127조9천억원에는 못 미친다.

공공부문 수주는 상당수 물량이 올해 앞당겨 발주되는 바람에 올해보다 24.7% 감소한 46조9천억원 수준에 머물 것으로 보인다.

민간부문은 주택수주가 재개발ㆍ재건축, 공공주도 주택사업 물량을 중심으로 회복세를 보여 올해 대비 39.2% 증가한 68조9천억원에 달할 것으로 건산연은 내다봤다.

공종별로는 토목공사가 올해 대비 18.1% 줄어든 43조6천억원에 머물 것으로 전망됐다.

이 역시 4대강 살리기 사업을 필두로 공공부문의 대형 토목사업 상당수가 올해 발주됐기 때문이다.

반면 건축 부문은 올해보다 23.3% 증가한 72조2천억원으로 예상됐다.

비주거용 건축은 내년 GDP 성장률이 4% 안팎으로 예상됨에 따라 차츰 회복세를 보여 12.1% 증가한 27조27천억원을 기록할 것으로 보인다.

아파트 등 주거용 건축 수주는 올해보다 31.4% 급증한 44조5천억원으로 2007년의 44조7천억원에 근접할 것으로 전망됐다.

▲GS건설이 건설한 이란 사우스파스 가스처리공장(자료사진)

◇건설사 "국내시장 불투명" = 내년에 건설경기가 개선될 전망이지만 건설사들은 매출이나 수주 등 내년도 경영목표를 어느 정도로 상향 조정할지에 대해서는 아직 조심스러운 입장을 보이고 있다.

물론 내년도 GDP 성장률이 4% 이상으로 점쳐지는 등 전반적인 경기회복이 예상되는 만큼 건설사 입장에서는 금융위기의 직격탄을 맞았던 작년 말보다 더 적극적으로 사업계획을 수립할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국내시장에는 아직 불안요인이 상당하다.

올해 주요 건설사들의 국내 실적을 지탱했던 공공부문 발주가 큰 폭으로 감소하고, 민간 부문도 뚜렷한 호재가 없는 상황이다.

특히 주택시장의 경우 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 연내 폐지가 무산되면서 건설사들은 그동안 미뤄왔던 분양시기를 또다시 늦추는 등 일정 조정이 불가피해졌다.

또 새 아파트와 미분양에 한시 적용된 양도소득세 감면 혜택이 내년 2월 끝나면 민간 아파트 분양시장이 침체에 빠질 가능성이 높다.

일각에서는 세제혜택 종료를 앞둔 `밀어내기' 분양 여파로 또다시 미분양이 대량으로 발생할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여기에 이른바 `반값 아파트'로 불리는 정부의 보금자리주택도 민간 건설사의 분양가 책정에 발목을 잡고 있어 건설사들은 미분양 걱정을 덜 수 있는 재개발과 재건축 사업에 집중할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물산이 두바이에 세운 세계 최고층 빌딩 버즈두바이(자료사진)

◇"해외시장이 살 길" = 건설사들은 새해에도 사상 최대 호황을 누리고 있는 해외시장 개척에 한층 적극적으로 나설 전망이다.

올해 국내 건설사의 해외건설 수주액은 24일 현재 485억 달러다.

작년에 이어 2년 연속으로 400억 달러 초과 달성에 성공한 동시에 종전 최고기록인 작년의 476억 달러도 갈아치운 기록이다.

글로벌 경기 회복세에 고유가를 바탕으로 한 중동지역의 수주 호황이 더해지면 내년에는 `꿈의 500억 달러' 돌파도 가능할 것으로 업계 관계자들은 점치고 있다.

이에 따라 주요 건설사들은 해외 수주 확대에 집중해 국내 시장의 더딘 회복세를 만회할 계획이다.

당장 연말 인사에서부터 해외 사업에서 성과를 낸 임원들을 대거 전진배치하는 등 진용 갖추기에 나섰다.

현대건설은 사우디아라비아를 중심으로 중동 지역의 수주실적이 크게 증가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으며 북아프리카와 중남미 등지로의 사업 다각화에도 한층 박차를 가할 방침이다.

최근 정기인사에서도 중동 지역에서 잔뼈가 굵은 김종호 전력사업본부 전무를 부사장으로, 이승택 플랜트사업본부장을 전무로 승진시키는 등 해외 플랜트 사업 강화에 중점을 뒀다.

대우건설은 중동지역과 북아프리카 일대를 중심으로 수주를 확대해 내년도 해외 수주실적을 올해 대비 10~15% 이상 끌어올린다는 복안이다.

올해 상대적으로 해외 수주가 부진했던 삼성물산은 삼성엔지니어링에서 올해 사상 최대 수주실적을 이끈 정연주 사장이 건설부문 사장으로 선임되면서 기대감이 커졌다.

올해 해외 매출의 4배 이상인 67억5천만 달러의 해외 수주실적을 올린 GS건설도 최근 인사에서 중동영업담당 이상기 상무를 개발사업실장으로 발령해 동남아 등지의 신규사업을 지휘토록 하는 등 글로벌 시장을 공략할 새 체제를 갖췄다.

(서울연합뉴스) 권수현 기자 inishmor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