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저가 항공사 간 경쟁 격화할 듯
해운경기 `바닥탈출' 기대..구조조정 본격화


어느 업종보다도 힘든 한 해를 보냈던 항공ㆍ해운업계가 2010년 새로운 도약을 기대하고 있다.

항공업계는 그간 성장의 발목을 잡았던 여러 가지 불확실성이 새해에는 상당 부분 제거되면서 큰 폭의 성장세를 이룰 것이라는 기대감에 부풀어 있다.

이와 함께 저가항공사들의 잇따른 국제선 진출로 동남아 지역을 중심으로 대형 항공사들과의 한판 대결이 예상된다.

해운업계는 장밋빛 전망을 하기 어려운 상황이지만 턴어라운드 시점을 가능한 한 앞당기기 위해 구조조정 등에 박차를 가할 태세다.

◇항공업계 `飛上' 채비..대형-저가 항공사간 경쟁 점화 = 항공업계는 2009년 세계 경기 침체와 신종플루의 여파로 어려움을 겪었지만, 내년에는 이런 악재들이 상당 부분 해소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우리나라를 찾는 일본인 관광객들(자료사진)

실제로 삼성증권 박은경 애널리스트는 "항공업계가 내년에는 여행객이 많이 늘어나고 신종플루 영향에서도 벗어나면서 충분히 영업흑자를 달성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한진그룹 조양호 회장은 지난달 초 스카이팀 최고경영자 회의에서 내년도 전망을 낙관하면서도 "신종플루의 영향력이 얼마나 될지 불투명하다"며 신종플루를 최대 복병으로 꼽았다.

그러나 올해 여행 수요 확대의 최대 걸림돌이었던 신종플루가 연말부터 수그러들면서 내년에는 그 영향이 미미할 것으로 전문가들은 내다보고 있다.

이런 배경에서 내년에는 금융위기 이전 수준으로 항공 수요가 늘어나고, 반도체 등 IT제품의 수출 호조에 힘입어 항공업계가 호황을 구가할 것이라는 전망도 조심스레 나오고 있다.

항공 여객 수요와 물동량이 모두 늘어나면 운임이 올라갈 가능성도 적지 않다.

여기에다 국내 대형 항공사들의 기내 서비스가 한층 업그레이드되면서 외국인의 항공 수요도 끌어들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대한항공은 내년 말 `하늘을 나는 호텔'이라 불리는 A380을 들여오고, 중ㆍ장거리 이상 모든 노선에서 `명품 좌석'을 장착한 여객기를 띄울 예정이다.

아시아나항공도 지난 3일과 이달 말에 고급화된 기내시설을 갖춘 A321 항공기 2대를 도입하는 등 한층 향상된 기내 서비스로 승객 잡기에 나선다.

이와 함께 저가항공사들이 잇따라 국제선 취항에 나서면서 동남아와 일본 등을 중심으로 대형 항공사와 저가항공사들의 경쟁도 본격화할 것으로 보인다.

저가항공사 가운데 가장 먼저 국제선 노선 취항에 나선 제주항공에 이어 진에어가 지난 21일부터 인천~방콕 노선의 운항을 시작했고, 이스타항공도 말레이시아에 전세기편을 띄우기 시작했다.

또 부산을 거점으로 한 에어부산은 내년 3월부터 후쿠오카와 오사카 노선에서 운항을 시작한다.

◇해운업계, 바닥 찍고 올라가나 = 2009년에 사상 최악의 불황을 겪은 해운업계는 새해에는 업황이 개선될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다.

지난 2분기 시황이 바닥권을 형성했다는 것이 대체적인 분석이기 때문이다.

▲한진해운홀딩스 최은영 회장(자료사진)

올 한해는 업계 1위의 한진해운이 1조 원에 달하는 영업적자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되는 등 우리나라 선사들도 세계적인 해운업계 침체를 벗어나지 못했다.

일부 중견 해운선사들은 자금난에 허덕이며 법정관리에 들어갔고, 대형선사들도 자산 매각 등을 통해 현금 유동성 확보에 나서는 등 `정신없는' 한 해를 보냈다.

그러나 벌크선 운임지수를 나타내는 BDI가 4천 선에 육박하면서 국내 대형 선사 중 STX팬오션과 대한해운 등 벌크선사들은 내년에도 영업흑자를 기대하고 있다.

메리츠증권 김승철 애널리스트는 "내년에는 BDI가 3,500~4,000을 유지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세계 경기가 회복돼 원자재 수송량의 증가가 예상됨에 따라 BDI가 이 같은 수준을 유지하면 국내 벌크선사들은 흑자를 달성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STX팬오션은 이미 올 4분기부터 흑자를 낼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대한해운도 지난 11일 창립 41주년 기념식에서 "시장도 안정을 되찾아가고 있다"며 "내년 상반기에는 턴 어라운드가 가능한 모든 여건을 갖춰가고 있다"고 말했다.

한진해운과 현대상선 등 컨테이너선사들도 회복세를 갈망하고 있다.

선박의 과잉 공급을 낳았던 세계적 선사들을 중심으로 선박 해체작업이 진행 중이고, 컨테이너선사들도 운임 인상이 필요하다는데 공감하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선사들이 아시아~미주 노선과 아시아~유럽 노선 등에서 수익이 적은 항로를 과감히 없애고, 다른 경쟁사들과 함께 항로를 공유하는 등 구조조정에 나서면서 내년도 전망을 밝게 하고 있다.

동남아시아 최대 컨테이너 업체인 싱가포르 NOL그룹의 APL과 파트너들이 대서양 항로에서 선박보유량을 3분의 1가량 줄이기로 하는 등 세계적 선사들도 구조조정에 나서고 있다.

내년 상반기 흑자 전환을 기대하기는 쉽지 않지만, 세계적 선사들의 이 같은 노력이 효과를 발휘하면 예상보다 빨리 시황이 좋아질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한진해운홀딩스 최은영 회장은 "컨테이너 선사들이 이대로 가면 공멸한다는 점에 공감해 구조조정과 선복량 조정에 나서고 있기 때문에 내년 하반기에는 시황이 좋아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서울연합뉴스) 김태종 기자 taejong75@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