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대율 맞추려..수신경쟁 조짐

은행들이 예대율 규제 시행을 앞두고 영업점 창구에서 판매하는 양도성예금증서(CD)의 금리를 낮추는 등 예대율 관리에 본격적으로 들어갔다.

특히 대고객 CD를 정기예금으로 유도하기 위해 예금금리를 인상하면서 수신경쟁이 재연될 조짐마저 나타나고 있다.

23일 금융권에 따르면 은행들은 CD를 제외한 `예대율 100% 비율'을 맞추려고 대고객 CD판매를 사실상 중단하거나 CD 금리를 내리고 있다.

은행들이 발행한 전체 CD 잔액 가운데 영업점 창구를 통한 대고객 판매 비중은 80%에 달한다.

예대율은 대출금을 예수금으로 나눈 비율로, 지난 9월 말 기준 은행권 예대율은 평균 112.4%(CD 제외)다.

이 비율을 100%로 낮추려면 CD를 빼고 예금을 더 늘리거나 대출을 줄이는 수밖에 없다.

정부는 4년간 유예기간을 둔 뒤 이런 예대율 규제를 도입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대고객 CD 금리↓, 예금금리↑
우리은행은 1년 만기 대고객 CD 금리 산정 때 정기예금 금리에다 0.2%포인트를 더 얹어줬으나 22일부터 이 가산금리를 0.2%포인트에서 0.1%포인트로 낮췄다.

이에 따라 1년 만기 CD 금리는 종전의 4.4%에서 4.3%로 낮아졌다.

반면 정기예금 금리는 0.2%포인트 올려 만기 1년인 `키위 정기예금'의 영업점장 전결 최고 우대금리는 연 4.8%로 높아졌다.

신한은행은 대고객 CD 판매를 사실상 중단했다.

22일 기준, 이 은행의 1년짜리 CD 금리는 3.62%로, 1년짜리 정기예금 금리(4.38%)보다 0.76포인트나 낮다.

CD는 예금자 보호대상이 아니기 때문에 예금보험료를 내지 않아도 되는 만큼 은행들은 정기예금 금리보다 통상 0.2%포인트 높게 CD를 팔았는데, 신한은행은 오히려 CD 금리가 정기예금보다 훨씬 낮은 것이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CD는 분식회계 등 금융사고 소지가 있는데다 예대율 관리를 위해 금리를 내리고 창구 판매를 자제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올해 2월까지 12조 원대를 유지하던 신한은행의 대고객 CD 잔액은 지난 3월부터 11조 원으로 떨어졌으며 지난 10월에는 9조8천800억 원, 11월 8조3천200억 원, 12월 21일 7조3천900억 원 등으로 급격히 줄고 있다.

국민은행도 내년 1분기 중 만기가 돌아오는 CD를 정기예금으로 전환해 나간다는 방침이다.

이달 21일 기준 국민은행의 CD 발행 잔액은 26조 원에 달하며 이 중 90%(23조6천250억 원)가 대고객 CD다.

국민은행은 얼마 전부터 최고 연 4.9%의 금리를 주는 `고객사랑 정기예금'을 판매하고 있다.

이는 이 은행의 1년짜리 통장식 CD 금리(4.65%)보다 0.25%포인트 높다.

외환은행은 23일부터 영업점에서 판매 중인 CD의 영업점장 우대 금리를 폐지했다.

앞으로 CD 가입 때 우대금리 협의는 본점 자금부와 직접 협의해야 한다.

외환은행은 정기예금 금리는 전날보다 0.1%포인트 올려 1년 만기 `YES 큰기쁨예금'은 최고 4.5%에서 4.6%로 높였다.

◇"대출금리 상승 우려"
다른 은행들도 예대율을 맞추려고 대책 마련에 들어갔다.

농협 관계자는 "CD 금리를 0.1~0.2%포인트가량 내리는 방안을 고려 중"이라며 "대출을 유동화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예대율 규제로 수신 경쟁이 치열해지면 대출금리가 상승하는 부작용이 있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지금부터 수신금리 인상 경쟁이 재연되는 조짐"이라며 "새해에 대출금리가 은행의 조달 평균 비용을 반영해 결정될 가능성이 큰 만큼 조달비용이 높아지면 대출금리가 높아질 수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은행 관계자는 "앞으로 CD 발행을 통한 은행의 자금 조달은 어렵게 된다"면서 "CD가 거의 발행되지 않으면 CD금리를 주택담보대출 기준 금리로 채택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내다봤다.

이에 따라 대출 기준금리가 CD금리에서 새로운 금리로 빠르게 전환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서울연합뉴스) 윤선희 조재영 기자 indigo@yna.co.krfusionjc@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