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J그룹이 케이블 채널시장의 최대 경쟁자인 온미디어(오리온 계열)를 인수함에 따라 총 18개 케이블 채널을 보유한 '콘텐츠 제국'으로 떠오르게 됐다. 케이블의 주요 인기 채널들을 장악,향후 종합편성(종편)채널 출범시 MPP(멀티프로그램공급자)로서 콘텐츠시장을 주도할 수 있게 된 것이다.

CJ그룹은 계열 CJ미디어의 8개 채널에다 온미디어의 10개 채널을 합치면 보유 채널이 국내 최대인 18개로 늘어난다. 특히 온미디어는 장르별 최고 시청률을 기록 중인 채널들을 대거 보유,시너지 효과가 클 것으로 보인다. 한화증권은 분석보고서에서 "CJ오쇼핑이 온미디어를 인수하면 시청률 면에서의 위상이 SBS 수준으로 높아질 것"이라고 분석했다.

온미디어가 보유한 분야별 시청률 1위 채널은 △OCN(영화) △투니버스(애니메이션) △온스타일(여성) △스토리온(주부) △바둑TV(바둑) △온게임넷(게임) 등이 있다. 여기에 국내 유일의 영화 유료채널인 캐치온도 갖고 있다. 이처럼 수익력이 좋은 채널에 힘입어 온미디어는 지난해 매출 3129억원에 영업이익 221억원,순이익 107억원을 기록했다. 올해에는 150억원 이상의 순익을 예상하고 있다. 연간 200억원 안팎의 적자를 냈던 CJ미디어는 온미디어 인수로 흑자 전환의 시기를 앞당길 것으로 보고 있다.

CJ그룹 고위 임원은 "그동안 양사가 경쟁하느라 코스트가 높았던 게 사실"이라며 "온미디어 인수로 경쟁비용을 줄이는 게 커다란 수확"이라고 설명했다. 가령 CJ미디어의 영화채널인 채널CGV는 OCN과 과열 경쟁으로 영화를 사오는 데 과도한 비용을 치러야 했다. 그나마 자본력이 뒷받침돼 버텨낼 수 있었다. 이 같은 경쟁비용은 온미디어의 경영에도 큰 부담을 안겨줘 한때 연 500억원을 웃돌던 순이익이 100억원대로 급감한 실정이다.

CJ는 온미디어 인수로 해외 진출에도 탄력을 받을 것으로 기대한다. 과열 경쟁에 따른 소모적 비용을 콘텐츠 제작에 투입해 프로그램 경쟁력을 높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동안 국내 케이블 채널업계의 상황이 불안정해 해외 진출에 공격적으로 나서지 못했다는 것이 CJ 측의 설명이다.

실제로 '아시아 넘버원 콘텐츠 비즈니스 그룹'을 지향하는 CJ는 글로벌 전략의 일환으로 최근 미국에서 아시아인을 주타깃으로 삼고 있는 이매진아시아채널을 인수했다. 또 홍콩 대만 필리핀 등 아시아 8개국에 tvN아시아 채널을 최근 론칭했다. 일본에선 엠넷재팬이란 이름으로 채널사업을 펴왔다. 중국에서도 현재 CCTV와 프로그램 공급 계약을 체결하는 방식으로 중국시장 공략을 준비해왔다.

반면 오리온 측은 온미디어가 급변하는 방송 환경에 버틸 힘이 없다고 판단,일찌감치 매각키로 방침을 굳히고 CJ와의 매각협상 줄다리기에서 가격을 높이는 데 주력해왔다. 1~2년 뒤에는 거대 종편채널들이 출범할 예정이어서 방송시장에 빅뱅을 예고하고 있기 때문이다.

유재혁 기자 yoo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