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식경제부와 중소기업진흥공단이 추진하는 지역특화선도기업 지원사업이 중소기업들의 경쟁력을 높이는 데 기여하고 있다는 평가다. 지난해 전국 142개 시 · 군 지역에서 선정된 43개 중소기업에 업체마다 최대 8000만원까지 총 28억1000만원이 지원됐다. 지역특화선도기업 지원사업을 통해 사업화에 성공한 중소기업을 시리즈로 소개한다.

에어컴프레서의 압축공기를 안정적으로 공급해줘 전력사용량을 줄여주는 '압축공기 유량 · 압력제어기'가 국내 중소기업에 의해 국산화됐다.

경기도 파주에서 20년째 에어컴프레서를 전문적으로 생산 중인 한국유체(대표 정완용)가 그 주인공.이 회사가 개발한 압축공기 유량 · 압력제어기인 '플로 마스터(Flow Master)'는 공기를 동력원으로 하는 산업현장에서 압축된 공기를 고압으로 뿜어내는 에어컴프레서에 연결해 공기의 양과 압력을 일정하게 조절해 준다. 기존 에어컴프레서의 압력편차는 ±1㎏/㎠이지만 이 제품을 붙인 에어컴프레서의 압력편차는 ±0.01㎏/㎠에 불과,압축공기의 불필요한 누출을 없애준다. 따라서 전력사용량을 20%가량 줄일 수 있다. 게다가 LCD모니터를 통해 압력변동 상태를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할 수 있다.

가격은 한 세트에 350만원 선.이에 비해 미국 제품은 압력변동 상태를 수시로 확인할 수 없고 압력편차도 ±0.1㎏/㎠로 덜 정교한데도 800만원대에 달한다.

그동안 국내 기업들은 수입제품의 가격이 비싼데다 굳이 장착하지 않아도 전기료 부담만 늘지 생산활동에는 별 효용성이 없다고 판단,압력제어기를 사용하지 않았다. 문제는 생산현장에서 에어컴프레서의 전력사용량이 전기요금의 30~50%를 차지할 정도로 에너지 소비가 크다는 점.

회사는 이에 따라 2007년 적정한 공기압을 사용해 불필요한 압축공기의 누출을 막고 공기압이 출렁거리는 요동현상을 없애기 위한 연구개발에 착수했다. 준비했던 자금이 바닥나자 회사는 중소기업진흥공단을 찾아갔다. 심사 끝에 지난해 6월 에어컴프레서의 공기압을 제어할 수 있는 기술로 '지역특화사업 선도기업'으로 선정돼 6000만원을 지원받았다.

이 회사는 이 자금을 바탕으로 본격적인 연구개발에 나서 지난 3월 신제품을 내놓는 데 성공했다. 연구개발에는 강원대 기계 · 메카트로닉스공학부의 장인배 교수팀도 참여했다. 장 교수팀은 한국유체 직원들과 함께 회사 기숙사에 상주하면서 기술 개발에 매달렸다. 정 대표는 "기술개발을 끝내고 테스트를 하는 과정에서 과부하가 걸려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압력제어가 뜻하는 대로 조절되지 않아 개발을 그만두고 싶을 때가 한두 번이 아니었다"며 "끝내 포기하지 않고 기술개발에 매달린 결과 세계 최초로 디지털 방식의 제어기를 만들 수 있게 됐다"고 설명했다.

현재 이 회사는 몇 개 중소기업에 플로 마스터를 무료로 설치해주고 성능 점검을 하고 있다. 정 대표는 "산업현장에서 사용되는 제품은 안정성을 확인하기 위해 6개월에서 1년간 테스트 과정을 거쳐야 한다"고 설명했다.

회사는 내년 초부터 플로 마스터 양산에 들어갈 예정이다. 내년에 500개 이상을 팔아 올해 50억원이었던 매출을 75억원으로 끌어올린다는 목표를 세웠다.

이계주 기자 leer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