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가 그동안 감세정책의 근거가 되는 세법개정안을 놓고 치열한 기싸움을 벌였으나 2일 서로 한발씩 양보해 일괄타결을 이뤄냈다.

한나라당은 재정건전성 문제를 감안해 세수확보라는 실리를, 민주당은 부자감세에 제동을 걸었다는 명분을 챙김으로써 여야간 합의가 가능했다.

이날 조세소위를 통과한 세법개정안의 핵심은 소득세와 법인세 최고세율 인하를 2년간 유예한 것이다.

이에 따라 소득세의 경우 8천800만원 초과 최고구간 세율은 2010-11년 35%로 유지되고, 법인세 2억원 초과 구간도 현행 22% 세율이 2년간 그대로 적용된다.

부자감세 철회를 요구해온 민주당 입장에서는 최대의 성과를 거둔 셈이다.

민주당 제4정조위원장인 이용섭 의원은 국회 브리핑을 통해 "부자감세가 국민의 뜻에 따라 제동이 걸렸다"며 "조세소위에서 여야가 합의한 대로 부자감세 유보안은 재정위 전체회의,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돼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민주당은 아울러 영세자영업자에 대한 근로장려세제(EITC) 도입을 조세특례제한법에 명시할 것을 강력히 주장하고 이를 관철시킴으로써 서민을 위한 세제개편 지원이라는 명분도 챙겼다.

한나라당은 당초 소득세 최고세율 인하에 대해선 긍정적으로 검토했으나 법인세율의 경우 기업투자 확대 등을 위해 22%에서 20%로 인하해야 한다는 입장이었다.

하지만 조세소위 논의과정에서 이를 양보했다.

대신 한나라당은 소득.법인세 최고세율 인하 유예를 동시에 수용해 야당의 부자감세 공세에 대처하는 한편, 세수확보에 초점을 맞췄다.

한나라당은 정부의 요구를 수용, 금융기관이 수령하는 채권 이자소득에 대한 법인세 원천징수제도를 조세소위에서 부활시켰다.

이 제도에 따른 내년도 세수효과는 무려 5조2천억원에 달한다.

또 법인세율 인하를 유예하는 대신 기업이 강력히 요구해온 임시투자세액공제 제도를 부분적으로 연장했고, 신성장동력산업 및 원천기술연구개발(R&D) 세액공제를 신설, 기업에 대한 세제혜택을 유지했다.

여야는 또 정치적 함의가 있는 세제개편안에 대해서도 주고받는 협상으로 타결을 지었다.

민주당은 녹색펀드에 적용되는 세액공제 폐지를 주장해 이를 관철시켰고, 한나라당은 미소금융재단을 지정기부금 단체에서 세법상 공제한도가 높은 특례기부금 단체로 변경해 재단의 기부금 모금을 활성화하는 제도적 기반을 마련했다.

이처럼 여야 합의가 가능했던 것은 조세소위 이혜훈 위원장과 소위 소속 민주당 이용섭 의원의 유연한 협상력 때문이었다.

서병수 기획재정위원장도 물밑조율을 저극 주선하면서 협상 타결력을 높였다.

이들은 이날 오후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과 함께 비공개 간담회를 갖고 미리 잠정합의안을 마련한 뒤 각각 원내지도부의 동의를 얻어 조세소위에서 세법개정안을 가결시켰다.

(서울연합뉴스) 정윤섭 기자 jamin74@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