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 올려서라도…" 은행, 예금 경쟁 스타트
시중은행들이 대출 증가는 최소화하고 예금은 공격적으로 늘리는 방향으로 새해 사업계획을 세웠다. 내년부터 부활하는 예대율(총대출액을 총예금으로 나눈 비율) 규제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고 경기 회복과 함께 대출 수요가 늘어날 것에 대비,대출 재원도 확보해 놓기 위한 전략이다. 은행 간 예금 유치 경쟁은 예금 금리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어 은행의 수익성에는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22일 은행권에 따르면 국민은행은 최근 강정원 행장 등 전 임원이 참석한 경영전략협의회를 열고 내년 총수신 규모를 올해보다 8~9% 늘리기로 했다. 반면 대출 증가는 5% 이내로 억제해 총자산을 5~6% 늘린다는 목표를 세웠다.

하나은행도 내년 예금 증가 목표를 7%대 중반으로 잡았다. 이 은행의 내년 자산 확대 목표가 5%인 점을 감안하면 예금 증가율을 대출 증가율의 2~3배로 유지하겠다는 것이다. 하나은행은 내년 중 수도권 신도시를 중심으로 20여개 지점을 신설,신규 예금 고객 유치에 총력을 기울인다는 방침이다. 우리은행과 신한은행도 대출보다는 예금을 늘리는 방향으로 내년 경영계획을 수립하고 있다.

은행들이 대출보다 예금 증가 목표를 높게 잡은 것은 정부가 은행의 과도한 외형 확대를 막고 유동성 위험을 줄이기 위해 도입키로 한 예대율 100% 기준을 맞추기 위해서다. 9월 말 기준으로 양도성예금증서(CD)를 제외한 국내 은행의 예대율은 평균 112.4%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예대율을 낮추기 위해서는 대출을 줄이거나 예금을 늘려야 하는데 현실적으로 대출 줄이기보다 예금 늘리기가 쉽다"며 "내년에는 우량 기업을 중심으로 대출 수요가 살아날 가능성이 높아 이에 필요한 재원을 확보하기 위해서도 예금을 늘려야 한다"고 말했다.

은행들이 예금 증대 경쟁을 예고한 가운데 정기예금 금리는 벌써부터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시중은행의 3개월 만기 정기예금 평균 금리는 11월 말 연 2.77%에서 22일 현재 2.87%로 올랐고 같은 기간 6개월 만기 정기예금 금리는 연 3.33%에서 3.45%로 상승했다. 1년 만기 정기예금 평균 금리도 11월 말 연 4.11%에서 22일에는 4.2%로 올랐다. 일부 은행은 연 5%에 가까운 금리의 특판예금까지 선보이고 있다. 국민은행은 연 4.9% 금리를 주는 1년 만기의 '고객사랑 정기예금'을 내년 2월2일까지 판매한다.

박정현 한화증권 금융담당 연구원은 "10~11월에 예금을 많이 유치하지 못한 일부 은행들이 연말 자금 수요에 대비해 금리를 올리고 있다"며 "예금 금리 상승은 은행의 자금 조달 비용이 높아지는 것을 뜻해 수익성 측면에서는 부정적"이라고 말했다.

유승호/강동균 기자 ush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