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풍 맞는 中 노동력 수출 …베트남 · 알제리 등 곳곳 충돌
중국의 노동력 수출이 역풍을 맞고 있다. 뉴욕타임스(NYT)는 21일 "중국이 저가 제품뿐 아니라 값싼 노동력 수출로도 유명해지고 있다"며 "네덜란드 원예와 싱가포르 비서직은 물론 중동의 신문배달 일까지 중국인들이 차지하면서 현지서 거센 역풍이 불고 있다"고 보도했다.

중국은 베트남 인도 아프리카 등 중국보다 값싼 노동력이 풍부한 해외 시장에서 도로 발전소 등 대규모 프로젝트를 진행할 때도 중국 노동자를 데려다 쓰는 전략을 구사해왔다. 중국 내 실업자를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같은 중국식 '쩌우추취(走出去,해외진출)' 전략은 경제위기 이후 세계 각국의 일자리가 크게 줄면서 현지에서 저항에 부닥치고 있다. 해외 체류 중국인 근로자는 2000년 40만명을 돌파한 데 이어 11월 말 현재 78만명으로 불어난 상태다.

◆중국 '쩌우추취'에 분노 폭발

베트남 북부 항구도시 하이퐁.2005년 중국 기업이 화력발전소를 지을 때만 해도 일자리 창출을 기대한 주민들은 중국의 투자를 환영했다. 4년이 지난 지금 주민들은 차이나 머니에 분노하고 있다. 1500명에 달하는 발전소 건설 노동자들의 다수가 중국인들로 채워지고 베트남 노동자들은 소수에 그쳤기 때문이다. 베트남에 체류하는 중국인 노동자는 3만5000명으로 추산되고 있다.

실업자가 넘쳐나는 베트남에서 중국 노동자가 밀려드는 것에 대한 불만은 클 수밖에 없다. 올해 베트남 정부가 중국 알루미늄업체에 중국인 노동자를 고용,보크사이트를 채굴토록 허용하면서 베트남인들의 분노가 폭발했다. 반체제 인사와 지식인,환경 옹호론자들이 들고일어났다.

한 변호사는 베트남 총리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고,베트남 독립 영웅인 보응우옌잡은 베트남 당 지도부에 이를 비판하는 공개서한을 보냈다. 지난 6월 베트남의 한 시멘트 공장에서 일하는 중국인 노동자가 슈퍼마켓을 운영하는 베트남인과 주먹다짐을 한 뒤 분풀이를 하겠다며 200명의 동료 중국 노동자를 데려와 소동을 빚은 사건은 베트남 내 반중 정서를 확산시켰다.

남태평양의 섬나라 파푸아뉴기니에서도 '주식회사 중국'에 대한 감정이 좋지 않다. 2004년 마이클 소마레 총리는 베이징을 방문,파푸아뉴기니 사상 최대인 14억달러의 중국 자본을 유치한 뒤 의기양양하게 귀국했다. 하지만 기쁨은 잠시였다. 코발트와 니켈 광산 개발에 나선 중국 기업이 1500여명의 자국 노동자를 데려온 데다 현지 노동자들을 차별대우하면서 불만이 커진 것이다.

파푸아뉴기니의 노동장관조차 근로자들이 개 돼지만도 못할 만큼 열악한 조건에서 일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지난 5월엔 파푸아뉴기니 전역으로 안티 시노(반중) 시위가 확산돼 중국인 소유 상점이 약탈당하기도 했다. 현지의 한 시민단체 관계자는 "목재와 미네랄 등 모든 것이 중국으로 가고 있지만 우리가 받은 것은 거의 없다"고 주장했다.

알제리 수도 알제에서도 지난 8월 현지 주민들과 중국인 노동자들이 흉기와 몽둥이를 들고 패싸움을 벌였다. 자원을 수탈하고 일자리를 빼앗는다는 인식이 확산된 탓이다.

◆각국 정부, 노동자 유입 규제 소극적

각국 정부는 중국인 불법체류를 사실상 묵인해온 데서 벗어나 비자발급 규제를 강화하는 쪽으로 방향을 틀고 있다. 베트남은 지난 6월 시멘트 공장에서 일하는 중국인 노동자 182명을 불법체류 딱지를 붙여 추방했다. 파푸아뉴기니 역시 11월 223명의 중국인 불법체류 노동자들을 검거했다.

인도도 11월부터 비자발급 규정을 대폭 강화,외국인 가운데 고급 관리와 무역 고문,전문인력 등 극소수를 제외한 일반 노동자들은 더 이상 인도에 상주할 수 없도록 조치했다. 인도에 거주하는 2만5000여명의 중국인 가운데 새 제도에 따른 비자연장 신청 요건을 갖춘 사람은 1800여명에 불과해 2만명 이상의 비숙련 중국인 노동자들이 귀국길에 올라야 할 처지에 놓였다고 중국의 환구시보가 최근 보도했다.

하지만 일부 국가의 중국인 노동자 유입 규제는 생색에 그치고 있다는 지적이다. 중국 자본 유치에 차질이 생길까 우려하고 있는 것이다.

베트남이 중국에 비판적인 블로그를 폐쇄하고 중국인 노동자 문제와 보크사이트 광산 문제를 보도하지 말도록 언론사에 지시한 게 대표적이다. 파푸아뉴기니도 영어나 현지어를 쓰지 못하면 취업을 할 수 없다는 규정을 완화해 영어를 한마디도 못하는 중국인 근로자들에게 영어 강좌를 듣도록 배려하기 시작했다.

오광진 기자 kjo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