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LS조선 워크아웃 이어 21세기조선 産銀 관리받기로
"금융위기에 수주물량 급감…중국 조선업계 성장도 요인"

경남지역의 중소형 조선소들이 자금난을 견디지 못하고 연달아 금융기관의 관리를 받기로 하면서 장기 불황으로 인한 중소 조선소들의 위기가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

경남 통영의 중소형 조선소인 ㈜21세기조선이 21일 채권금융기관 공동관리를 신청했다.

SLS가 워크아웃을 신청한 지 하루만이다.

21세기조선 측은 "환손실 방지 차원에서 가입한 키고(KIKO) 손실이 커지면서 중소기업 유동성 지원 프로그램인 `패스트 트랙'을 통해 채권 은행단의 지원을 받아왔지만, 자금 확보에 한계를 느껴 산업은행의 경영개선 작업을 받기로 했다"고 말했다.

중소형 조선소들은 해운ㆍ조선사업이 장기 불황에 빠지면서 올해 들어 극심한 수주 난을 겪어왔다.

21세기조선은 1년에 보통 10척 이상을 수주해 왔으나 올해는 연초에 2척을 수주하는 데 그쳤다.

SLS조선의 경우에는 지난해까지 3년간 70척 가량 수주를 했으나 올해 들어와서는 한 척도 수주가 없었으며, 경남지역의 다른 중소 조선업체 역시 지난해에 비해 절반 가량 밖에 수주를 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조선업체 관계자들은 선박 제조에 상대적으로 많은 자금과 긴 시간이 들어가는 조선업의 특성상 글로벌 금융위기의 타격을 가장 크게 입는다고 설명한다.

한 조선업체 관계자는 "선박을 만들려면 짧게는 8개월에서 2년까지 기간이 걸린다.

그 사이에 선박 제조에 들어가는 거금의 비용은 전부 부채가 되는 셈"이라며 "신규 수주가 없어지고 자금 흐름이 끊겨버리면 큰 타격을 입을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웃나라인 중국의 조선업계가 급성장한 것도 중소 조선업체에는 큰 타격이다.

중국 조선업계는 10여년 전부터 `중국의 화물은 중국 선박으로 수송하고 중국선박은 자국에서 건조한다'는 '국수국조'(國需國造) 정책을 내세우면서 조선업을 육성해 현재 비약적인 발전을 보이고 있다.

이에 대해 한 조선업체 관계자는 "선박 수를 기준으로 올해 전 세계에서 신규 주문한 선박 중 50%가량을 중국 조선소가 가져갔다"며 "한국 중소업체까지 돌아올 물량이 남지 않은 것"이라고 말했다.

이같은 중소 조선업체의 위기에 대해 정부의 적극적인 대책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한 조선업체 관계자는 "최근 1∼2년간 정부가 몇 차례에 걸쳐 대응책을 내놨지만, 지금 중소업체의 위기는 생각보다 심각하다"며 "정부에서 결단력을 갖고 실효성 있는 지원책을 내놓아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통영연합뉴스) 임형섭 기자 hysup@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