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표적인 '금녀의 영역' 중 하나인 주류업계에도 '여풍(女風)'이 불어 닥치고 있다.

하이트맥주는 21일 외국계 광고회사인 TBWA 코리아 출신의 신은주씨(39)를 마케팅 총괄상무로 스카우트했다. 옛 조선맥주 시절을 포함해 하이트맥주 창립 76년 동안 여성 임원이 탄생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신 상무는 성신여대 정외과를 졸업한 후 1994년부터 오리콤과 동방 커뮤니케이션즈,TBWA 코리아 등을 거치며 마케팅 전략과 광고기획 등을 맡아온 마케팅 전문가다. TBWA 코리아 재직 당시 '비비디바비디부''되고송' 등으로 널리 알려진 SK텔레콤의 '생각대로 T' 광고 캠페인을 기획해 유명세를 탔다.

하이트맥주 관계자는 "신 상무는'생각대로 T' 캠페인을 성공시켜 마케터의 역량을 인정받은 인물"이라며 "젊은 여성들이 맥주의 주요 소비자로 떠오르는 만큼 이들의 감성을 자극하는 마케팅을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이트맥주는 이에 앞서 지난 7월 수시 공채에서 영업관리직으로는 처음으로 여성 10명을 채용했다. 여성 인력 채용에 적극적인 데는 이장규 총괄 부회장의 영향이 크게 작용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부회장은 영업관리직 신입 여사원들을 격려하기 위해 최근 구두 한켤레씩을 선물하기도 했다.

경쟁사인 오비맥주는 지난해 2월 국내 주류업계의 첫 여성 임원으로 한국코카콜라 출신의 황인정씨(43)를 마케팅 총괄상무로 영입한 바 있다. "맥주 업계 두 라이벌의 여성 마케터들 간의 경쟁도 흥미로운 관전 포인트의 하나"란 게 주류 업계의 반응이다.

윤성민/최진석 기자 smyo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