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LS조선(옛 신아조선)이 오랜 수주 가뭄과 선박 인도 연기,수주 취소 사태 등을 견디지 못하고 결국 워크아웃(기업 회생절차)을 택했다. C&중공업 진세조선 등에 이어 국내 8위의 중견 조선사인 SLS조선마저 휘청거림에 따라 국내 조선업계 전반에 또 한번 구조조정 회오리가 몰아칠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수주난과 검찰수사로 8위 조선사 '휘청'

경남 통영에 있는 SLS조선은 1946년 최기호조선소로 출발,1976년 신아조선공업으로 회사명을 변경했다. 1978년 대우그룹에 편입됐다가 1991년 사원주주회사로 전환한 뒤 2006년 현재 사명인 SLS조선으로 거듭났다. 이 회사는 그동안 중소형 유조선 건조 부문에서 세계적인 경쟁력을 확보해왔다. 수주 잔량만 약 40억달러에 이른다. 작년에는 국내 1000대 기업 중 순이익 증가율 1위 업체에 뽑혔으며,최근 무역의 날엔 '6억달러 수출탑'을 받기도 했다.

그러나 1년 이상 이어진 전 세계적인 조선 · 해운시황 침체를 벗어나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신규 수주가 끊기면서 장 · 단기 자금 운용이 틀어지기 시작했다. SLS조선의 금융권 총 여신은 현재 2조100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최근 비자금 조성 및 분식회계 혐의 등으로 검찰 조사를 받으면서 대외 신인도가 급락,자금난이 더 심각해졌다. 회사 관계자는 "금융권을 통한 자금 조달이나 검찰 수사 과정에서 억울한 면이 없지 않지만,우선 회사를 살리는 게 최우선이기 때문에 워크아웃을 택했다"고 설명했다.

◆중 · 소 조선사 '구조조정 한파' 오나

SLS조선과 같은 중견 조선사마저 자금난에 몰린 이유는 오랜 수주 가뭄 탓이다. 보통 조선업체들은 업체마다 후판(선박 건조용 강재) 구매비용 등으로 분기당 수천억원에서 최대 조 단위의 운영자금을 투입해야 한다. 이 돈은 대부분 신규 계약을 따내는 즉시 받는 선수금(수주 금액의 20% 상당)과 서너 차례로 나눠 받는 중도금으로 충당한다.

하지만 1년 전부터 신규 수주가 끊기면서 선수금이 들어오지 않은 데다 이미 수주한 선박의 건조대금 유입마저 늦춰지면서 자금사정이 악화했다. 이미 대한조선 TKS 세코중공업 등도 워크아웃을 진행 중이며,진세조선 녹봉조선 YS중공업 등은 채권단으로부터 워크아웃이 받아들여지지 않아 법정관리에 들어간 상태다. C&중공업 등은 사실상 퇴출 단계다.

SLS조선의 전격적인 워크아웃 신청으로 국내 중소 및 중견 조선업체들은 또다시 퇴출 공포에 시달릴 것으로 보인다. 현대중공업 삼성중공업 대우조선해양 STX조선해양 등 대형 조선사들마저 현금성 자산이 대폭 줄어들면서 대규모 차입에 나선 상태다. 한진중공업은 최근 국내 대형 조선사 중 처음으로 희망퇴직을 통한 구조조정에 돌입했다. 한 대형 조선사 임원은 "조선업계는 내년 상반기까지 강도 높은 구조조정이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장창민 기자 cmj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