효성이 인수의사를 철회하면서 무산된 하이닉스반도체 매각 작업이 1개월 여 만에 다시 시작됐다.

하이닉스반도체 주주관리협의회 주관기관인 외환은행은 21일 국내 기업을 대상으로 공개 경쟁입찰을 위한 '하이닉스반도체 주식 인수의향서 제출 공고'를 한다고 20일 발표했다. 매각 대상 주식은 주주관리협의회 소속 9개 금융회사들이 보유하고 있는 하이닉스 출자전환 주식 1억6548만주(전체 주식의 28.07%)다. 내년 1월29일까지 인수의향서 접수를 받으며 이후 예비 입찰 적격자 선정,예비 실사,본입찰 등의 순서로 매각 작업을 진행한다.

지난달 12일 효성이 하이닉스 인수 의향을 철회한 뒤 채권단은 인수 · 합병(M&A) 자문사들과 경영 및 재무 능력을 갖춘 인수 유력 기업들과 접촉하는 등 사전 수요 조사를 실시해왔다. 이미 대기업 1~2곳이 인수에 관심을 표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외환은행 관계자는 "당초 올해 하이닉스 영업 손실이 1조원 규모에 달할 것으로 예상됐지만 현재 시점에서는 2000억원 규모 영업 흑자를 기대하고 있다"며 "반도체 경기가 턴어라운드하는 지금 시점이 하이닉스를 인수할 적기"라고 말했다.

하이닉스는 3분기 연결 재무제표 기준 영업이익 2093억원을 거둬 2년 만에 처음으로 분기 흑자를 달성했다. 올해 3분기까지 누적 기준으로는 5163억원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내년에도 자체 현금 창출을 통해 약 1조원의 차입금을 상환하고도 2조3000억원의 투자를 집행할 수 있을 정도로 재무구조가 개선됐다고 외환은행 측은 설명했다.

채권단은 하이닉스 지분 전량뿐 아니라 일부 지분(15~20%)을 매각하는 방안,인수금을 분할 납부하는 방안 등 다양한 방식으로 인수 기업의 자금조달 부담을 낮춰줄 수 있다는 입장도 내비치고 있다. 이 경우 경영권 프리미엄을 감안해도 2조원 안팎의 자금만 있으면 경영권을 가질 수 있다.

채권단은 만약 인수를 희망하는 기업이 나타나지 않으면 더 이상 M&A 추진이 어렵다고 보고 하이닉스 매각 제한 지분 28.07% 가운데 일부를 블록세일하는 등 다른 방안을 추진할 계획이다.

강동균 기자 kd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