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상장기업들의 매출이 큰 폭으로 증가하는데도 고용은 오히려 감소 추세를 보이는 것은 생산성 향상이라는 구조적 측면에서 그 원인을 찾아볼 수 있다.

생산성이 개선되며 상품 한 개를 만드는 데 필요한 노동력은 감소, 매출 증가가 고용 증가로 이어지지는 않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특히 국내 산업에서 상당한 비중을 차지하는 제조업 부문에서 '고용 없는 성장'이 고착화되고 있는 만큼 서비스업을 통해 제조업에서 나오는 노동력을 흡수해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 생산성 증가가 근본원인 = 전문가들은 고용감소의 주원인을 생산성 증가에서 찾고 있다.

생산성이 높아지면서 매출이 늘지만 투입되는 인력은 감소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LG경제연구소의 이근태 연구원은 "고용 없는 성장은 생산성이 늘었기 때문에 발생한다"면서 "매출이 늘면 고용이 늘 것 같지만 기업의 생산성이 향상되면서 고용이 뒷받침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생산성과 고용과의 관계는 코스피와 코스닥 업체 간 매출과 고용 현황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생산성이 관리, 개선되고 있는 대기업 위주의 코스피 업체는 고용이 해마다 줄어든 반면 중소.벤처기업이 대부분인 코스닥 업체는 매출과 고용이 명확한 상관관계를 보이지 않고 있다.

상장사협회가 조사한 코스피 상장 546개 업체는 2005년부터 지난해까지 매출은 24%가 증가한 반면 고용은 2%가량 줄었다.

반면 765개 코스닥업체들은 2005년 50조5천921억원에서 68조2천600억원으로 34% 정도 늘었으나 고용은 2005년 15만5천23명에서 2007년 16만2천824명으로 늘었다가 작년에는 16만1천588명으로 오히려 줄었다.

이 연구원은 "유가증권시장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는 대기업은 생산성이 빠르게 개선되고 있는 반면 코스닥업체들은 아직 이들 기업과 같은 생산성 향상을 시현하지 못한다"고 말했다.

또 코스닥업체들은 내수와 유통 관련 업종의 비중이 높은 편이라는 점도 이유로 꼽혔다.

여기에다 대기업들이 글로벌 전략 차원에서 현지 공장을 늘리는 것도 고용 감소의 원인으로 지적됐다.

한화증권 윤지호 투자분석팀장은 "대기업들이 현지공장을 설립하면서 매출 외형은 늘지만 한국에서의 고용은 늘지 않는 것"이라며 "내년에도 기업 자체 실적은 늘어도 고용은 체감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 서비스업 비중을 늘려야 = 현재 증권시장을 주도하는 곳은 IT관련 업체다.

그러나 IT기업은 고용 유발계수가 낮아 매출이 늘어도 고용은 늘지 않는 것이 특징이다.

코스피 상장사 중 삼성전기의 경우 매출은 2005년 2조3천936억원, 2006년 2조6천904억원, 2007년 3조998억원으로 매년 증가했지만 직원 수는 2005년 1만2천102명, 2006년 1만2천664명, 2007년 1만2천153명, 2008년 1만1천769명으로 해마다 줄었다.

올 3분기 현재 직원 수는 1만179명으로 지난해보다 더 축소됐다.

게다가 고용 유발 효과가 큰 건설업이나 금융서비스업이 경제 위기에서 완전히 회복하지 못하면서 전체 고용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국토해양부 발표에 따르면 건축 허가면적과 건축 착공면적 등 주요 건축선행지표가 지난해 2월부터 지속적으로 악화되다 지난 8월에야 주택경기 회복과 신규 분양재개에 힘입어 주거용 건축지표를 중심으로 회복되는 분위기다.

중견 건설업체인 한일건설의 경우 2007년 매출액은 5천579억원이었지만 지난해 5천59억원으로 520억원 감소했다.

3분기 말 현재 매출액도 3천566억원에 그쳤다.

신세계건설도 2007년 5천819억원, 2008년 5천33억원, 올 3분기 3천71억원으로 집계됐다.

이와 관련, 전문가들은 고용을 늘리기 위해서는 서비스업 등 고용 유발 효과가 큰 산업을 정부가 정책적으로 육성해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이근태 연구원은 "서비스업은 사람이 하는 일이기 때문에 매출 증가가 고용으로 연결된다"면서 "제조업 부문에서 유출된 인력을 서비스업쪽에서 흡수할 수 있도록 정부의 정책적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권혜진 기자 lucid@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