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규모 인사.조직개편 택한 삼성과 대비

LG그룹이 18일 3년 임기 만료를 앞둔 그룹 내 핵심 CEO(최고경영자)인 남용 LG전자 부회장과 권영수 LG디스플레이 사장을 나란히 유임시켰다.

일부 조직개편과 승진이 있기는 했지만 삼성그룹이 이건희 전 회장의 장남인 이재용 전무를 부사장으로 올리고 최고운영책임자(COO)에 임명하면서 전자 분야에서 대대적인 조직 개편과 후속 인사를 단행한 것과 비교하면 현상 유지에 가깝다는 평가다.

이번 인사를 앞두고 그간 재계와 증권가에서는 두 CEO, 특히 남 부회장의 교체 가능성을 점치는 시각이 적지 않았던 게 사실이다.

남 부회장이 2007년부터 LG전자를 이끌어오면서 경영 면에서는 성공했지만 구자경 전 회장의 비서실장을 지내는 등 '올드맨'이라는 일각의 평가와 그룹의 경영권 승계구도 등을 고려한 분석이었다.

이 때문에 한동안 구본무 그룹 회장의 동생인 구본준 LG상사 부회장이 LG전자 CEO를 맡게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기도 했지만 결국 근거 없는 '설'로 끝났다.

2번째 임기에 들어서게 된 남 부회장은 1948년 경북 울진 출생으로 76년 서울대 경제학과를 졸업하던 해 LG전자에 입사해 주로 해외업무를 담당했다.

영어실력이 뛰어나 구자경 당시 회장 비서실장 재직시절에는 통역 담당자로 성가를 높이기도 했다.

또 1998년 LG텔레콤 대표이사 취임 이후에는 포화상태인 국내 이동통신시장에서 후발주자로서 어려움을 겪던 LG텔레콤의 경영 기반을 확고히 했다는 평가를 듣고 있다.

LG전자의 CEO를 맡고 나서는 탁월한 경영실적을 올리면서 재계의 주목을 받았다.

그가 취임하기 전에 5천억원대 중반이던 LG전자의 연간 영업이익은 올해 들어 3분기까지만 1조7천억원대에 달하고, 2006년 연간 23조원선이었던 매출은 올해 3분기까지 만으로도 23조4천억원에 이른다.

권영수 LG디스플레이 사장 역시 세계 경기침체의 어려운 격랑 속에서 큰 무리 없이 LG디스플레이를 이끌어온 것으로 평가받고 있어 실적으로 보면 유임이 당연하다는 게 대체적인 진단이다.

LG전자와 디스플레이의 경우 두 CEO 외에는 사장 및 부사장 같은 최고위급 인사가 없어 전무, 상무급에서만 부분적인 세대교체가 이뤄졌다.

조직의 안정에 무게를 두면서 내년 이후의 경영전략을 펼치겠다는 의도를 내보인 것이다.

이날 공개된 인사 내용으로 미뤄볼 때 내주 이후 단행될 화학 및 통신 계열사의 인사에서도 큰 변화가 없을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LG 측은 이번 인사의 기조로 "LG웨이의 관점에서 철저하게 검증된 인재를 발탁했다"고 설명했다.

한편 이번 LG그룹 인사에서 지난해 ㈜LG의 최고운영책임자(COO)에 오른 조준호 부사장이 사장으로 승진하게 된 부분이 눈에 띈다.

조 사장은 구본무 회장, 강유식 부회장 등 LG그룹의 수뇌부와 함께 지주회사인 ㈜LG의 공동대표이사를 맡고 있지만, 나이는 1959년생으로 올해 만 50세다.

유임된 남 부회장이 만 61세인 것에 비하면 한참 '소장'이고, 젊은 CEO로 꼽히는 권영수 사장(52세)보다도 젊은 셈이다.

조 사장은 1986년 LG전자에 들어와 LG전자에서 정보통신 전략담당, 북미사업담당 등을 지내다 지난해부터 ㈜LG의 COO를 맡아왔다.

그는 2002년에는 44세로 부사장에 올라 LG 내 최연소 부사장 승진기록을 세우기도 했다.

재계 일각에서는 구본무 회장의 핵심 측근으로 알려진 조 사장이 '포스트 강유식' 체제를 이끌어갈 것이라는 얘기가 조심스럽게 나오고 있다.

(서울연합뉴스) 김종수 기자 jsking@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