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버리지(leverage)투자'는 상당히 매력적인 단어입니다. 지렛대 효과를 이용해 작은 돈으로 많은 수익을 남길 수 있기 때문입니다.

레버리지 투자가 가장 활발하게 이뤄지는 곳은 주택 시장입니다. 거의 모든 사람들이 집을 살 때 주택을 담보로 대출을 받습니다. 정부가 주택담보대출을 어떻게 규제하느냐에 따라 빌릴 수 있는 돈의 액수가 달라지고 주택시장의 가격도 영향을 받습니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전에 한국을 포함한 주요 국가들의 집값이 급등한 데에는 주택담보대출을 자유롭게 받을 수 있었던 것도 큰 영향을 미쳤습니다.

하지만 레버리지 투자는 자산가격이 하락할 경우 손해가 배증하기 때문에 충격이 엄청납니다. 개인이 파산하는 것은 물론이고 은행 등 금융회사들마저 부도 위기에 빠질 수 있습니다. 레버리지 투자가 글로벌 금융위기의 주범으로 지목되는 이유입니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국제 은행 감독 기구인 바젤위원회는 최근 레버리지 투자를 규제하겠다는 내용의 '금융규제 개편방안 초안'을 발표했습니다. 장외파생상품은 물론 유동화증권 발행도 레버리지 비율 규제 대상에 집어넣기로 했습니다. 이렇게 되면 은행들은 주택담보대출을 유동화해 증권으로 만들어 처분하는 방식으로 새로운 자금을 확보하는 것이 어려워지게 됩니다.

바젤위원회가 제시한 이행 시기가 2012년 말이어서 아직 시간이 남아있습니다. 우리나라는 은행의 재무건전성이 상대적으로 좋아 대출이 갑자기 줄어드는 일도 생기지 않을 것으로 판단됩니다. 하지만 예전처럼 은행들이 대출을 적극적으로 늘리기는 쉽지 않을 것입니다. 빚을 내 주식이나 부동산을 사들이는 레버리지 투자는 앞으로 점점 하기가 어려워질 것입니다.

시장은 여러가지 요인들이 작용하기 때문에 레버리지 투자가 규제를 받는다고 해서 가격이 하락하는 것은 아닙니다. 다만 레버리지 투자 규제가 지속되면 대출이 급격히 늘어나는 일이 거의 없을 것이기 때문에 자산가격이 일방적으로 상승할 것이라는 기대감에 휩쓸려 가격이 급등하는 사례도 잘 나타나지 않을 것으로 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