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6일 마카오에서 200m 떨어진 섬 헝친다오에선 헝친 신구(개발구) 현판식이 열렸다. 상하이 푸둥 신구와 톈진빈하이 신구에 이은 중국의 세 번째 국가급 신구다.

땅이 좁은 마카오에 일부 지역을 임차할 이 신구에 내년에만 2000억위안(약 34조원)이 투입된다. 또 15일엔 마카오와 주하이 홍콩을 잇는 49㎞ 길이의 강주아오 대교 착공식이 열렸다. 442년간 포르투갈 통치 이후 중국으로 반환된 지 20일로 10주년을 맞는 마카오의 미래를 빛낼 프로젝트들이다.

반환 10주년 기념식 참석을 위해 19일부터 이틀간 마카오를 찾는 후진타오 중국 국가주석의 선물이기도 하다.


마카오는 면적이 종로구보다 약간 큰 29.2㎢로 인구는 54만명에 불과하다. 중국이 이 작은 도시를 각별히 배려하는 건 '마카오 모델'이 '홍콩 모델'과 더불어 대만과의 통일을 염두에 둔 '일국양제(1국가 2체제)' 성패의 가늠자이기 때문이다.

◆대륙 입김에 출렁이는 마카오 경제

마카오 10년 성적표는 화려하다. 경제는 2000년부터 2008년까지 연평균 14% 성장했다. 반환 이전 1996~1999년 4년 연속 마이너스 성장한 것과 대조된다. 1인당 국내총생산(GDP)은 지난해 3만9036달러로 1999년보다 2.8배 늘었다. 이미 2007년 홍콩을 제치고 일본에 이어 아시아 2위로 올라섰다. 실업률은 2000년 6.3%에서 지난해 3.0%로 뚝 떨어졌으며 밤 10시만 넘으면 바깥 출입이 어려웠던 거리 범죄도 급감했다. 라스베이거스를 제치고 세계 1위 카지노 도시로 부상한 건 2006년이다.

마카오 경제의 고성장엔 중국이 결정적 역할을 했다. 스탠리 호가 독점해온 카지노 시장을 2001년 개방,외국 자본과 관광객을 유치했고 2003년엔 중국인이 단체가 아닌 개인관광으로도 마카오를 갈 수 있게 규제를 완화했다. 반환 당시 690만명이던 관광객이 지난해 2293만명으로 급증했고 이 가운데 절반 이상인 1160만명이 중국인이다. 중국과 FTA(자유무역협정)와 유사한 CEPA(포괄적 경제동반자협정) 체결 덕에 양측 교역은 반환 당시의 3배 이상인 29억달러로 불어났다.

하지만 과도한 중국 의존은 약점이기도 하다. 지난 2분기 -15.3% 등 3분기 연속 마이너스를 보였던 마카오의 성장률은 3분기 8.2% 플러스 성장으로 돌아섰다. 중국 정부가 지난해 중국인의 방문횟수를 제한하고 여기에 금융위기가 겹치면서 마카오경제는 직격탄을 맞았지만 이 제한이 완화되면서 빠른 속도로 되살아났다. 2005년에도 중국이 부패 관리들의 도박 관광에 철퇴를 가한 탓에 성장률이 6.9%로 전년(28.3%)에 비해 크게 둔화된 적이 있다. 중국의 입김에 '롤러코스터'를 타는 체질이 된 것이다.

◆경제구조 다원화와 부패척결 숙제

반환 10주년인 20일 취임할 페르난도 추이 새 행정장관은 성장기반 다원화라는 숙제를 안고 업무를 시작한다. 중국에 의존하는 카지노산업이 마카오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지난해 무려 60%에 달했다. 마카오 재정수입의 70%가 카지노에서 나온다. 미국의 라스베이거스 샌즈 등 6개 업체가 30개 이상의 카지노를 운영하면서 고용하는 인력도 6만명에 이른다.

마카오는 2007년 한국 킨텍스의 두 배 규모인 베네시안컨벤션센터를 개장하는 등 경제 다원화에 고심하고 있다. 추이 새 행정장관은 컨벤션 산업과 함께 유적지 관광 등을 신 성장동력으로 추가하겠다는 비전을 밝혀왔다.

빈부격차 확대와 부패 척결도 풀어야 할 과제다. 소득 격차를 보여주는 지니계수는 2006년 이미 위험수위인 0.4를 넘어 0.48을 기록했다. 2007년 노동절에 1만2000명이 에드먼드 호 행정장관의 퇴진을 요구하는 시위를 벌인 것도 빈부격차와 부정부패에 대한 불만이 쌓인 때문이다. 중국 관영 CCTV 등이 마카오 반환 10년의 성과를 대대적으로 보도하는 뉴스와 드라마를 내보내고 있지만 그 뒤엔 짙은 그림자가 드리워 있다는 지적이다.

오광진 기자 kjo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