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닷컴] 대공황 이후 최악의 경기침체 여파로 미국인들의 소비 행태가 바뀌고 있다.기업들도 이같은 행태 변화에 맞춰 마케팅 전략을 다시 세우고 있다.

월스트리저널(WSJ)는 18일 “대공황 이후 최악의 경기침체로 미국 소비자들의 소비행태에 근본적인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며 “미국인들이 부와 신분 과시를 꺼리는 대신 신중하고 실용적인 소비를 하려는 경향이 뚜렷해지는 추세”라고 보도했다.라스베이거스에 사는 브리지트 그럴리치씨는 레스토랑을 운영하는 남편 수입이 줄진 않았지만 한달에 두개씩 사던 명품 핸드백 구입을 확 줄였다.실업자가 증가하는 상황에서 지나친 소비에 따른 죄책감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플로리다주의 위키와치에서 금융 컨설턴트로 활동하고 있는 마이클 캐니아씨 최근 ‘재규어 XJ’를 처분하고 ‘현대 제네시스’를 구입했다.당초 재규어 신모델이나 BMW 등을 구입할 계획이었지만 제네시스의 품질 대비 유리한 가격에 마음이 끌렸다고 한다.그는 “브랜드가 주는 계층적 상징성보다 가격을 최우선적으로 고려했다”고 말했다.

시장조사업체인 해리슨그룹의 짐 테일러 부회장은 “미국 소비자의 소비심리 변화는 경제사정과 실업이 회복돼도 다시 이전으로 돌아가기 힘든 문화적 변곡점에 와있다”며 “이는 2차 세계대전 이후 처음 나타난 현상”이라고 밝혔다.

소비 행태 변화에 따라 기업들도 발빠르게 움직이고 있다.독일 프리미엄 자동차업체인 BMW는 미국 시장 광고를 럭셔리 이미지에서 운전의 즐거움을 강조하는 문구로 바꿨다.BMW의 미국 매출은 올들어 11월까지 전년 대비 22.5% 줄었다.

고가의 신발 브랜드인 팀버랜드는 이달초 본사에서 전략회의를 갖고 내년도 신상품에는 신발 밑창을 천연고무 소재에서 재활용 고무로 바꾸고,브랜드를 과시하는 대형 금속 브랜드 로고 대신 작은 나무 그림만 인쇄하기로 했다.이에 대해 브랜드 책임자인 마이크 해리슨씨는 “소비자들이 과시성 소비보다 사려깊은 구매를 하고 있다”며 “재활용과 수공예,작게 인쇄된 로고가 자사의 고객층인 도시의 부유층 남성에게 인기를 끌고 있다”고 소개했다. 최고급 이미지를 강조해온 리츠칼튼호텔도 최근 미국 소비자 조사 결과 부유층도 과소비에 죄책감을 느끼고 있다는 결과가 나오자 가족의 휴가를 강조하는 내용으로 광고를 바꿨다.

뉴욕=이익원 특파원 ik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