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경제 위기를 겪으면서 미국 소비자들의 구매 성향이 바뀌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18일 보도했다.

WSJ에 따르면 지난해 불황을 딛고 경기가 다시 회복 추세지만 미국인들의 소비 습관은 조심스럽고, 실용적이며, 부를 과시하는 것을 부끄러워하며, 과거보다 사회의식을 가진 형태로 나타나고 있다.

이는 앞으로 이러한 경제 위기를 또다시 겪을 수 있다는 불안감이 작용하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시장 분석업체인 해리슨 그룹이 미국인 1천800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결과, 응답자의 48%가 앞으로 거대한 금융 손실을 경험할 수 있다고 답했다.

가장 큰 변화는 미국인들의 저축률이 증가했다는 것. 지난 10년간 미국인의 저축률은 가처분소득의 2.7%에 불과했지만 지난 10월에는 4.4%를 기록했다.

또 사회.환경적인 가치를 고려한 소비도 늘었다.

시장조사 업체인 DYG에 따르면 사회, 정치적, 환경적 요인을 고려해 상품을 구매했다는 응답자가 51%로 지난해보다 10% 증가했다.

이와 함께 구매 시 상표보다 가격 대비 성능을 우선시하는 소비자도 많아졌다.

현대차는 불황을 겪으면서 소비자들이 실직에 대한 불안을 안고 있다는 점에 착안, 지난 1월 연내 직장을 잃게 되면 석 달치 할부를 대신 내준다는 조건을 제시했다.

현대차는 이러한 파격적 조건에 힘입어 지난 11월 판매량이 전년 대비 6.2% 증가했다.

고급스러운 이미지를 내세운 업체들도 매출이 부진하자 광고 등 판매 전략을 잇달아 수정하고 있다.

BMW의 경우 11월 현재 미국 내 판매량이 작년보다 22.5% 떨어지자 과거의 '럭셔리'한 이미지 대신 운전의 즐거움을 광고 문구로 내세웠으며, 리츠칼튼 호텔은 종업원이 은쟁반을 들고 있는 기존 광고 사진을 자녀들이 호숫가에서 노는 모습으로 대체했다.

하버드 비즈니스 스쿨의 존 켈치 교수는 "경제 위기가 오래갈수록 소비자들은 더 비용효율적인 방식을 추구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권혜진 기자 lucid@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