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력한 단일 지휘체제를 확립한 최지성 삼성전자 사장의 조직운영 구도가 공개됐다. 키워드는 스피드와 통합이다.

삼성전자는 17일 유사 사업조직을 정리해 10개 사업부를 7개로 통폐합하는 조직개편을 단행했다고 발표했다.


동시에 '세트(완제품)'와 '부품'으로 양분돼 있던 기존 사업부문제를 폐지하고 대표이사 직속의 단일 사업조직을 구축키로 했다. 이에 따라 '전사-부문-사업부'로 내려오던 지휘체계는 '본사-사업부'로 개편된다.

최 사장은 이날 수원 삼성전자디지털시티에서 700여명의 임직원이 참석한 가운데 취임식을 갖고 "미래의 삼성전자는 '시장의 창조자 및 창조적 리더'로서 자리매김해야 한다"며 "정글같은 국제경쟁의 무대에서 살아남으려면 빠르고 신속한 의사결정에 강력한 실행능력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번에 새로 통합된 7개 사업부의 진용은 △영상디스플레이(윤부근 사장) △무선(신종균 사장) △생활가전(홍창완 부사장) △반도체(권오현 사장) △LCD(장원기 사장) △네트워크(김운섭 부사장) △IT솔루션사업부(남성우 부사장) 등이다. 기존 메모리,시스템LSI,스토리지 사업부는 반도체사업부로 통합됐고 제품 성격이 유사한 디지털프린팅사업부와 컴퓨터시스템사업부는 IT솔루션사업부로 합쳐졌다.

회사 관계자는 "그동안 세트와 부품 부문의 조직체제 에서는 CEO와 사업부장들간 소통이 원활하지 않은 문제점들이 있었다"며 "새로운 체제는 7개 사업부장이 책임지고 조직을 이끌되 최 사장이 직접 사업부장을 관할하기 때문에 신속한 의사결정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삼성은 또 이번 조직개편을 통해 세트와 부품 관련 사업부간 화학적 결합을 완성할 것이라고 밝혔다. 양대 사업부문은 전혀 다른 제품을 생산하다 보니 조직문화가 다를 뿐 아니라 때로는 소모적인 내부경쟁을 벌일 때도 없지 않았다.

최 사장은 "양대 조직의 장벽을 허물어버리고 회사 전체를 향한 일체감과 소속감을 키워야 조직 전반의 역량이 강화될 것"이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최 사장을 전사적 차원에서 보좌하는 두 축은 경영지원실장 겸 CFO(재무부문 최고경영자)를 맡은 윤주화 사장과 COO(운영부문 최고경영자)인 이재용 부사장이다. 이들은 사업부간 시너지 강화,글로벌 고객관리 및 대외협력,각종 사업 현안에 대한 이해관계 조정,미래 전략 수립 등의 역할을 수행할 예정이다.

삼성전자는 또 과거 세트 부문장 밑에 있던 해외조직(지역총괄)을 CEO 직속으로 옮겼다. 이와 함께 기존 9개의 지역총괄 중 중아(中阿)총괄을 둘로 쪼개 해외총괄 조직을 9개에서 10개로 늘렸다. 신흥시장으로 떠오르고 있는 아프리카 시장 공략을 확대하기 위한 조치로 해석된다. 이에 따라 아프리카 지역 영업도 기존 주요국,대도시 중심에서 주변국,중소도시로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 하지만 반도체와 LCD 등 주요 부품판매 사업은 해외지역 총괄이 맡지 않고 반도체와 LCD 사업부가 독자적으로 담당키로 했다.

회사 관계자는 "일반 전자제품과 달리 부품은 본사 차원에서 직접 대형 고객을 관리하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에 사업부에서 직접 담당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용준 기자 juny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