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인수 · 합병(M&A) 시장이 되살아나고 있다. 경기가 반등 기미를 보이면서 기업들이 그동안 쌓아뒀던 실탄(자금)을 무기로 사업 확대에 나서고 있는 것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M&A 증가는 경제 전반이 살아나고 있다는 좋은 신호로 해석할 수 있다"고 전했다.

◆대형 M&A 잇따라

17일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호주 내셔널오스트레일리아은행(NAB)이 악사 아시아퍼시픽홀딩스(AXA APH)의 호주 · 뉴질랜드 사업부문을 인수하기로 했다. NAB는 인수가격으로 46억1000만호주달러(41억달러)를 제시했다. 악사 APH는 프랑스 최대 보험사 악사의 아시아 · 태평양 자회사다.

또 미국 타임워너는 1억2650만달러에 인도 엔터테인먼트 채널을 인수했다.

엑슨모빌은 최근 천연가스 개발업체 XTO에너지를 부채 100억달러를 포함,410억달러에 사들였다. 앞서 공구업체 스탠리웍스는 경쟁사인 블랙&데커를,케이블TV 방송국인 컴캐스트는 NBC유니버설을 인수했다. 또 지난달엔 워런 버핏의 벅셔 해서웨이가 철도회사 벌링턴 노던 샌타페이를 263억달러에 사들였다. WSJ에 따르면 11월과 12월 두 달간 M&A(금액기준)는 작년 동기 대비 4배 늘었다.

M&A는 경기후행지수로서 경기가 바닥을 치고 몇 분기가 지난 후 되살아나기 시작한다. 주가가 오르고 성장률이 높아지면서 서서히 늘어나는 경향을 보인다. 특히 대형 M&A는 기업의 최고경영자(CEO)나 이사진이 경제에 대한 신뢰를 회복했다는 가장 뚜렷한 증거로 해석할 수 있다. 대형 M&A는 경기,판매전망,자금조달 등에 대한 확신이 있어야만 가능하기 때문이다.

내년엔 M&A가 더 활발해질 전망이다. 컨설팅회사인 언스트앤영에 따르면 내년에 M&A에 나설 가능성이 있다고 응답한 CEO는 33%로 올초(16%)의 두 배에 달했다. 기업들의 보유 현금이 풍부한 것도 이 같은 전망을 뒷받침하고 있다. 폴 파커 바클레이즈캐피털 M&A팀장은 내년 세계 M&A 규모가 2조달러를 넘어설 것으로 내다봤다.

◆M&A 대상 확대하는 중국

최근 글로벌 M&A 시장의 특징 가운데 하나는 중국 기업들의 적극적인 해외 기업 '사냥'이다. 프라이스워터하우스쿠퍼스(PwC)는 올해 중국의 해외 기업 M&A가 지난해보다 3배 이상 늘어난 300억~350억달러로 사상 최대에 이를 것으로 추정했다. 내년엔 올해보다 40% 이상 늘어날 것으로 예상했다.

글로벌 경제위기를 활용,중국이 자원에서부터 자동차 스포츠구단에 이르기까지 전방위적인 글로벌화 발판을 마련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지리자동차가 포드의 볼보 인수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것이나 푸젠성 출신의 부동산 갑부인 알버트 훙이 NBA 클리블랜드 캐벌리어스의 지분 15%를 취득해 2대 주주가 되기로 한 것이 대표적이다. 중국투자공사(CIC)가 유럽의 사모펀드인 아팩스 파트너스에 12억달러를 투자하기로 하는 등 중국 국부펀드도 M&A 시장의 큰손으로 부상하고 있다. 중국 경제일보는 "2조2000억달러의 외환보유액을 달러 자산 이외로 다변화할 필요성이 커지고 있는 데다 기업의 글로벌화와 자원비축이라는 효과도 거둘 수 있다는 점에서 M&A는 중국 경제정책의 중심축으로 부상했다"고 전했다.

오광진/박성완 기자 kjo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