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닷컴] 이제 예능 프로그램에서 공중파 방송은 뒷전으로 밀리는 시대가 됐다.지난 8년간 미국 최고 시청률을 기록했던 ‘아메리칸 아이돌’의 제작자인 사이먼 풀러가 차기 대작 프로그램인 ‘이프 아이 캔 드림(If I Can Dream)’을 공중파보다 온라인에서 먼저 선보이기로 하면서 미국 방송가에 지각변동이 일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17일 “미 방송가 최고 히트작인 ‘아메리칸 아이돌’의 제작자가 차기작을 미국 온라인 비디오 전용 사이트인 ‘훌루(www.hulu.com)’를 통해 공개키로 했다”고 보도했다.지상파 방송에선 온라인 방송보다 몇개월 지난 뒤에나 프로그램을 방영할 예정이다.‘아메리칸 아이돌’은 미 전역에서 일반인들이 참가해 노래실력을 경쟁하는 프로그램으로 수많은 스타가수를 배출하며 큰 인기를 끌었다.‘아메리칸 아이돌’의 후속작인 ‘이프 아이 캔 드림’은 연예계 진출을 희망하는 5명의 이야기를 다룬 리얼리티 서바이벌 방식의 쇼다.FT는 “미 방송가 최고 히트작의 후속 프로그램이 공중파가 아닌 인터넷을 통해 첫 공개되는 것은 미 방송미디어 환경이 급변했다는 걸 반영하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내년초로 예정된 이 프로그램의 온라인 데뷔는 그동안 통용됐던 방송 프로그램틀을 근본적으로 바꿀 것으로 예상된다.그동안 ABC,CBS,NBC와 폭스TV 등 거대 공중파 방송들은 외주 제작사들이 만든 프로그램을 1∼2회 방영한뒤 시청률이 제대로 나오지 않을 경우 일방적으로 방송을 내리곤 했다.거액의 제작비를 들였던 제작사로서는 손실을 고스란치 떠안아야 했던게 방송가의 관행이었던 것이다.그러나 ‘이프 아이 캔 드림’은 온라인상에서 먼저 인기를 가늠할 수 있어 이같은 위험 부담을 줄일 수 있게 됐다.또 프로그램의 인기도에 따라 방송사 선택과 가격 협상에서 유리한 지위를 차지할 수 있게 됐다.FT는 이번 풀러의 시도가 성공할 경우 다른 주요 프로듀서들도 풀러의 방식을 따라가게 될 것으로 내다봤다.사이먼 풀러는 이번 시도에 대해“‘이프 아이 캔 드림’은 이미 포드 펩시 등 대기업 광고가 붙은 상태”라며“주류 연예산업계의 경계를 흔드는 일을 하기로 결심했다”고 말했다.

김동욱 기자 kimd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