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을 도우면서 얻는 정신적 만족은 돈으로 결코 살 수 없는 재산이죠.제 얼굴이 5~6년은 젊어보이는 것도 다 봉사 덕분입니다. 하하."

17일 제2회 한미자랑스런의사상을 받은 심재두 샬롬클리닉 원장(49 · 사진)은 수상소감 대신 "봉사활동도 10년이 넘으면 마치 득도(得道)를 하듯 쉬워지고,그 자체로 즐거움을 느끼게 된다"며 봉사로 얻는 특별한 행복을 화제로 꺼냈다.

한미자랑스런의사상은 한미약품과 대한의사협회가 지난해 의협 창립 100주년을 맞아 의학 · 의술 발전이나 인류복지증진에 공헌한 의사 또는 단체를 격려하기 위해 제정한 상.내과전문의인 심 원장은 세계 10대 최빈국 중 하나인 동유럽의 알바니아에서 17년째 의료봉사활동에 헌신해온 공로를 인정받았다. 지난해 초대 수상자는 한국인으로는 처음 유엔 산하 국제기구 수장자리에 오른 고(故) 이종욱 전 WHO(세계보건기구) 사무총장.

경희대 의대 78학번인 심 원장은 해군 군의관을 마친 직후인 1993년 알바니아에 첫발을 디뎠다. 이후 그곳에 상주하며 병원과 학교를 직접 짓고 세워 지금까지 의료 및 교육봉사를 펼쳐왔다. 그러다 보니 돈과는 인연이 없다. 13년 전 업무용으로 산 자동차를 아직도 타고 다니는 그의 현지 한 달 수입은 교회와 선교단체 등에서 지원하는 100여만원이 전부.그는 "사랑처럼 보이지 않는 것의 가치를 깨달아 갈수록 입고 먹는 것이 풍족하지 않아도 하루하루가 행복하다"며 미소를 지었다.

현지 환자들은 그를 '독토르 미르'라는 애칭으로 부른다. 미르는 알바니아어로,'굿(Good)'이란 뜻이다. 현지 종합병원에서 '가망없다'고 포기하거나 돈이 없어 병원 문턱을 넘지 못하는 환자들을 무료로 진료해주면서 생긴 별명이다. 그가 설계해 알바니아 수도 티라나에 지은 샬롬클리닉도 '환자들의 마지막 병원'이란 뜻인 '터미널'로 불린다. 워낙 다양한 환자들이 몰리다 보니 개원 초기에는 전공인 내과는 물론 피부과 이비인후과 정형외과 산부인과 환자까지 돌봐야 했다. 마지막 희망이라며 찾아온 환자들을 차마 내치지 못했기 때문.덕분에 깁스까지 직접 하고 아이까지 받을 줄 아는 '멀티플 닥터'가 됐다. 인사말도 할 줄 몰랐던 알바니아어도 지금은 동시통역 수준이 됐다. 하루 30~40명의 환자들과 씨름하며 얻은 결과물이다. 그는 국내 외교사절이나 기업체 관계자들이 알바니아를 방문할 때 통역사 섭외 1순위에 오를 정도로 알바니아어에 능통하다.

그는 알바니아의 의료체계가 여전히 열악한 만큼 의료선진국들의 도움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특히 의약품과 의료장비가 턱없이 부족하다. "만성호흡기질환자들을 지금까지 5000명 이상 진료했어요. 이 중 수백명이 약을 구하지 못해 죽었습니다. 우리나라였다면 절반은 살릴 수 있었던 환자들이었는데." 알바니아의 의료수준을 한 단계 높이는 일에 힘을 쏟겠다는 그의 구상도 그래서 만들어졌다.

"세계적인 수준의 의술을 지닌 국내 의사들을 현지로 초청해 현지 의대생들과 의사들을 가르치게 할 생각이에요. 먹을 것을 주기보다는 낚시하는 법을 가르쳐야 의료빈곤의 악순환을 깰 수 있잖아요. "

이관우 기자 leebro2@hankyung.com